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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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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푹 자도 졸리고, 약 먹어도 혈압 높고…혹시 수면무호흡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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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무호흡증, 치매 위험 1.6배

밤에 잠들면 자각하기 어려워

위·식도 역류 질환 일으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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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나타나는 수면장애 증상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현대인이 적지 않다. 대부분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는 야간 증상이 있을 때 수면장애를 의심한다.

하지만 건강에 더욱 위협적인 것은 자각하기 어려운 수면장애(수면무호흡증)다. 코골이·무호흡 등의 증상이 잠든 뒤 나타나 놓치기 쉽다. 주간 증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충분히 자도 졸리고 약을 먹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으면 수면 상태를 점검할 때다.

토머스 에디슨은 하루 4시간을 자면서 백열전구를 비롯한 1000여 개의 발명품을 쏟아 냈다.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4시간마다 20분씩 자는 ‘간헐적 수면’의 소유자였다.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이주헌 교수는 “적정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며 “수면장애 치료를 고려할 때도 총 수면 시간이나 잠을 얼마나 설쳤는지 등 야간 증상보다 다음 날 깨어 있을 때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성인 6명 중 1명은 수면무호흡증

특히 주간 증상이 중요한 수면 질환은 수면무호흡증이다. 일반적으로 수면 중 시간당 5번 이상, 한번에 10초 이상 숨이 멎는 증상이 나타날 때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우리나라 성인 6명 중 1명이 앓을 만큼 흔하지만 다른 수면 질환과 달리 주요 증상이 잠든 후 나타나 자각하기가 어렵다. 10명 중 1명은 코를 골지 않는 ‘중추성 수면무호흡증’이라 더 놓치기 쉽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교수는 “수면무호흡이 계속되면 뇌가 산소를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 각성한다”며 “남보다 자주, 일찍 잠에서 깨는 걸 불면증으로 오해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잠은 ‘보약’이 아닌 ‘독약’으로 돌변한다. 저산소증으로 인한 염증 반응으로 혈관이 딱딱해지고 자율신경이 교란돼 부정맥·심근경색 등 심장병 위험이 커진다. 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깊은 잠을 잘 때는 뇌의 ‘글림파틱 시스템’이 활성화 돼 축적된 노폐물이 정맥으로 배출되는데 수면무호흡증일 때는 얕은 잠을 자게 돼 치매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이 뇌에 쌓이기 쉽다. 실제 아주대병원의 연구결과(2019), 코골이·수면무호흡증을 앓는 환자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이 건강 상태가 비슷한 일반인의 1.58배였다. 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대개 스스로 잠을 잘 잔다고 생각하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가랑비에 옷 젖듯 건강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야간 증상이 없어도 주간 증상이 있다면 수면장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면무호흡증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는 첫째, 뇌 기능 저하다. 수면 습관이 일정한데 낮에 심하게 졸리거나 기억력·집중력이 떨어지면 수면의 질을 확인해야 한다. 국제학술지 ‘수면’에 실린 연구결과(2004), 수면무호흡증 환자 10명 중 9명(87%)이 과도한 주간 졸음을 경험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최지호 교수는 “저산소증으로 인한 염증 반응과 혈관 수축이 반복되면 대뇌 피질이 위축되는 등 뇌의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며 “인지 기능 저하뿐 아니라 불안·우울 등 정서적인 문제도 동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봄철 나른하고 피로한 것도 춘곤증이라고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최 교수는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시간은 2주 안팎에 불과하다”며 “수면·식사·운동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졸리는 증상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춘곤증 같은 증상 오래가면 의심

또 다른 주간 증상은 고혈압이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절반은 고혈압을 앓고 반대로 고혈압 환자 30%가량은 수면무호흡증이 관찰된다. 누적된 혈관 손상과 무호흡으로 인한 교감신경 활성화가 혈압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약을 꾸준히 먹는데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면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약을 세 가지 이상 최대치로 사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고혈압 환자의 83%가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연구도 있다.

셋째는 속쓰림과 가슴 통증, 심한 입냄새를 유발하는 위·식도 역류 질환이다. 이 교수는 “수면 중 호흡이 멈추면 뇌가 숨을 쉬려 가슴을 압박하는데 이로 인해 음압이 증가하면서 위산이 역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듀크 의대의 연구(2003)에서 수면무호흡증 환자 10명 중 6명(62%)은 위·식도 역류 질환을 앓았다. 이들의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한 결과 속쓰림, 가슴 통증 등 위산 역류로 인한 증상은 절반 수준으로 개선됐다.

수면무호흡증은 비만하거나 흡연·음주하는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한편 기도에 지속적으로 공기를 밀어 넣는 양압기나 구강 내 장치, 수술 등 맞춤형 치료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양압기는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다. 최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이 다양한 질환을 유발·악화하는 만큼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보다 적극적으로 진단·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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