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브렉시트 시한을 4월12일에서 6월30일로 EU에 연장 요청한 가운데, '유럽연합(European Union)'이란 문구가 빠진 새 여권이 영국에서 발행돼 눈길을 끈다. 새 여권은 당초 브렉시트 예정일(3월29일) 다음날인 30일에 처음 발행됐으며 이는 지난달 브렉시트를 대비해 미리 마련해 둔 것이란 설명이다. 영국 내무부 대변인은 "새 여권의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EU 표기가 빠진 여권이 발행될 것"이라며 "EU 문구 유무에 상관없이 여권 효력은 똑같다"고 말했다./사진=@spinhbarone의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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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또 다시 운명의 한주를 맞이한다. 지난 3월29일에서 한 차례 미룬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12일)이 이번 주말로 다가오면서다. 영국 정부가 6월30일까지 기한 연장을 요청한 가운데, 유럽연합(EU)는 이번 주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12개월 연장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도됐다.
◇12일 브렉시트 시한 앞두고 10일 EU 정상회담…EU, 12개월 연장안 제시할 듯=지난 5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브렉시트 시한을 오는 6월30일까지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 정해진 브렉시트 시한(4월12일)을 일주일 앞두고 보낸 요청이다.
EU는 오는 10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긴급 정상회담을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한다. 영국 정부의 요청은 영국을 제외한 EU 회원국 27개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승인된다.
EU 회원국이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직접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 '노딜 브렉시트(합의없는 브렉시트)'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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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버라드커(Leo Varadkar) 아일랜드 총리는 아일랜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한 회원국이 연장을 거부한다면 그 결정은 다른 EU 회원국에 어려움을 줄 것이기에 용서받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버라드커 총리는 10일 EU 정상회담에 앞서 오는 8일,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만나 브렉시트 진행상황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U가 연장안에 찬성하더라도 조건부 찬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멜리 드 몽샤랭(Amélie de Montchalin) 프랑스 하원의원은 가디언에 "유럽 의회는 (1차 기한연장을 결정했던) 지난달, 또 다른 연장 요청이 있을시 영국으로 하여금 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치적 지원을 받는 계획을 분명히 내놓으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BBC도 EU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투스크 의장이 12개월의 융통성 있는(flexible) 연장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수 주, 혹은 수 개월의 연장만으로는 현재와 같은 공전의 상황이 반복돼 EU 내에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국 정부가 12개월 연장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메이 총리는 6월30일까지 시한 연장을 요청하되, 기존 계획대로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받아 EU 의회 선거가 있기 전인 5월22일까지 EU를 탈퇴하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 "브렉시트 하거나, 안하거나 극단적 선택만 남아"=EU는 조건부로라도 연장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만 영국 내 정치상황은 복잡하다. EU는 영국의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지만 10일 메이 총리가 EU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답변을 가져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지난 2일, 메이 총리가 제 1 야당인 노동당과 전격 대화에 나서면서 강경 브렉시터들로 이뤄진 집권여당 보수당으로부터 극심한 반발에 부딪쳤을 뿐만 아니라 노동당과의 협상 상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지난 5일 "정부의 진정성있는 변화를 보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지난 6일, 메이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의회 의석수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당과 노동당에게 합의안을 승인해 줄 것을 재차 호소했다.
그는 "EU를 떠나거나 떠나지 않는 극단적 선택만이 있을 뿐"이라며 "(브렉시트 합의까지)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영국은 EU를 떠나지 않을 위험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합의안이 하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우리는 초당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 외에 선택권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동당의 요구는 크게 EU를 탈퇴하되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방안으로 요약된다. 이는 EU 회원국이 아닌 제3국에 대해서는 똑같은 관세를 적용하고 회원국끼리는 무관세를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영국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터들은 영국이 자유롭게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어야 진정한 독립이라며 이같은 '소프트 브렉시트'안에 반대해왔다.
보수당은 영국이 EU 의회선거에 참여하는 것, 즉 12개월의 장기 연장안에도 반대한다.
보수당 소속의 나딤 자하위 영국 교육 장관은 "유럽 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보수당에 자살유서(Suicide note)가 될 것"이라며 "만일 브렉시트를 이행할 수 없을 때는 현존하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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