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파견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9건 더 있다...처벌은 솜방망이

학대 보육교사는 10년 퇴출

돌보미는 6개월 자격정지뿐

넷 중 한 명꼴로 현업 복귀

피해 아기 부모가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아이돌보미 김모(58)씨가 뺨과 머리를 때리고, 입에 강제로 밥을 밀어넣자 자지러지듯 울며 괴로워하는 아기의 모습이 담겼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쳐]

정부 파견 아이돌보미의 아동학대 행위가 서울 금천구 사건 외에도 9건 더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아동학대 등으로 자격 정지당한 아이돌보미 넷 중 한 명이 다시 복귀해 같은 일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신보라 의원(자유한국당)이 3일 여성가족부에서 제출받은 ‘아이돌보미 자격정지 등 제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9건의 아이돌보미 학대가 적발됐다. 2017년 9월 대구에선 생후 10개월 된 영아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한 아이돌보미가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7월 광주에서 6살 유치원생을 상습 학대한 60대 아이돌보미가 적발됐다.

또 2014~2018년 여가부가 파견한 아이돌보미 중 58명이 자격정지를 당했고, 이 중 15명(25.6%)은 현업에 복귀했다. 자격을 취소한 돌보미는 3명에 불과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단 한 번의 아동학대 행위를 저지르면 퇴출당하고 10년간 복귀하지 못한다. 그런데 아이돌보미는 아이를 폭행해도 자격정지 6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분만 내려진다”라고 지적했다. 신보라 의원은 “부모가 아이돌보미의 이력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자격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금천구 아이돌보미 학대 사건을 계기로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서비스 인력 양성 과정과 자격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피해 아기 부모가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부 파견 아이돌보미가 14개월 된 아이를 3개월간 학대ㆍ폭행했다고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부모가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아이 돌보미 김모(58)씨가 아이의 뺨과 머리 등을 수시로 때리고, 우는 아이 입에 강제로 음식을 욱여넣는 모습이 담겼다.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관련 사과하는 진선미 장관 (서울=연합뉴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아동학대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사건에 관해 사과하고 있다. 2019.4.3 [여성가족부 제공]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논란이 커지자 여가부는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3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서비스 이용하는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전수조사를 하고 혹시 은폐된 사건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아이돌보미의 자격이나 교육에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여가부가 2007년 시작한 제도다. 생후 3개월~만 12세 이하 아동 돌봄을 위해 가정에 아이돌보미를 파견해 일대일로 돌본다. 소득에 따라 시간당 1450원~9650원을 부담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인 만큼 사설 베이비 시터보다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맞벌이 가정에선 인기가 높다. 서울ㆍ수도권에선 신청에서 서비스 시작까지 수개월 또는 1년 이상 걸린다.

부모의 믿음과 달리 아이돌보미가 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누구라도 여가부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80시간의 양성 교육만 이수하면 자격을 얻는다. 아동학대예방 교육은 2시간뿐이다. 자격시험이 따로 없다. 경기도의 한 건강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정년이 없다 보니 주로 자녀를 다 키워놓은 50~60대 전업주부가 많이 몰린다. 나이 제한도 없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되는 일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년 1만7208명이던 아이돌보미는 지난해 2만3675명으로 급증했다. 여가부는 올해 예산을 지난해 2배 수준으로 올리면서 3만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양적으로 확대하면서 아이돌보미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사건이 불거지자 나섰지만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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