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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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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천연 발효로 맛·영양 더하지 않고 화학첨가물 가득한 양념 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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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대신 색소·MSG 등 넣은

간장·된장·고추장 과용하면

알레르기 질환 일으킬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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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되는 양념 매일 사용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식재료가 있다. 바로 ‘양념’이다. 양념은 식재료의 맛과 향을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음식물의 흡수와 소화를 돕고 몸의 생리활성 기능도 촉진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양념의 어원은 ‘약념(藥念)’이다.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는다’는 뜻이 있다. 요즘에는 대량 생산으로 발효 과정이 생략되고 화학물질로 만든 제품이 많아지면서 ‘약념’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좋은 양념을 가려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인이 많이 쓰는 대표적인 양념은 간장·된장·고추장·식초다. 이들 모두 ‘발효식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간장의 경우 메주에 소금물을 부어 짧게는 두 달, 길게는 5년 정도 기다려야 만들 수 있다. 이런 숙성 과정에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 항암·항염물질 등 몸에 이로운 성분이 생긴다. 하지만 최근 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간장 제품에는 이런 생리활성 물질이 없는 것이 많다. 어성초한의원 박찬영 원장은 “산업화 시대 이후 간장을 빠른 시간 안에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발효를 거쳐 생성되는 생리활성 물질이 없는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시중에 판매되는 간장의 70~80%는 발효를 거치지 않은 ‘산분해간장’이다.

시판 간장 70~80% 발효 안 거쳐

전통 간장은 콩에 소금과 물만 넣어 발효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산분해간장은 식용유를 짜고 남은 저렴한 콩 찌꺼기에 염산을 부어 만든 아미노산 물질

이 주재료다. 전통 간장만큼 깊은 맛이나 향이 나지 않기 때문에 액상과당이나 L-글루타민산나트륨(MSG)과 같은 여러 맛 증진제를 넣는다. 또 캐러멜 색소로 진한 갈색을 만든다. 주부들이 가장 많이 쓰는 혼합간장도 산분해간장이 70% 이상 섞인 조미료다.

된장도 발효 과정을 생략하고 첨가물로 맛을 낸 제품이 많다. 이런 된장은 콩이 아닌 밀가루가 주재료다. 비싼 콩 대신 밀가루의 글루텐으로 전통 된장과 비슷한 질감을 만든다. 여기에 수입산 저가 콩에 단일 균만 접종해 속성으로 발효시킨 콩을 약간 섞는다. 색을 내기 위해서는 착색제가 쓰인다. 감칠맛은 여러 화학조미료로 만든다.

고추장은 어떨까. 전통 고추장은 메줏가루에 고추·찹쌀 가루를 섞어 소금과 간장으로 양념한 뒤 항아리에 2~3개월 숙성시킨다. 하지만 시판 고추장에는 발효 과정이 생략된 제품이 많다. 생리활성 물질이 풍부한 메줏가루 대신 단일 균으로 속성 발효한 개량 메줏가루를 넣는다. 깊은 단맛과 감칠맛이 없으니 MSG와 물엿 등을 첨가한다.

식초는 원래 곡류로 만든 술을 6개월에서 3년 정도 발효해 만든다. 하지만 식당 등 식초를 대량으로 쓰는 곳에서는 석유를 정제해 만든 빙초산을

물에 희석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속성으로 만든 양념을 먹을 경우 크게 두 가지가 우려된다. 첫째, 천연 미량 생리활성 물질을 섭취할 기회를 잃는다는 점이다. 차윤환 숭의여대 식

품영양학과 교수는 “양념에 든 영양소는 미량이지만 천연 물질이기 때문에 소화기관에 부작용 없이 생리활성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몸에 안 좋은 화학물질을 섭취하게 된다는 점이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발효 과정에서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

이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오묘하고 깊은 맛이 생기는데 발효 과정이 생략되면 맛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설탕이나 인공 화학 첨가물을 넣게 된

다”고 말했다.

몸에 좋은 영양물질 생성 안 돼

색이나 향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인공 색소·향료도 필수적으로 넣게 된다. 보존 기간도 짧아져 보존제나 방부제도 넣는다. 차 교수는 “한두 번

먹을 때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양념은 하루 세끼 식사를 통해 꾸준히 먹게 된다”며 “장기간 섭취 시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

다”고 강조했다.

인공 화학 첨가물이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은 아토피·천식·가려움증 등 알레르기 질환이다. 장내 유익균을 죽여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도 있다. 강 교수는 “양념류는 한번 사면 오래 쓰는 만큼 좀 비싸더라도 인공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음식 맛 돋우는 천연 양념 Tip


표고버섯 가루 미네랄과 칼슘이 많다. 마른 버섯의 윗부분만 바싹 말려서 간다. 된장찌개·청국장 국물에 넣으면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무 가루 기침 등 호흡기 질환에 좋고 소화 작용을 돕는다. 전골이나 찌개에 넣으면 담백하고 칼칼한 맛을 낸다.

귤 껍질 가루 비타민C가 풍부해 항산화 작용을 한다. 햇빛에 물기 없이 말린 후 간다. 새콤한 맛을 내고 싶을 때 좋다.

좋은 양념 쓰려면




원재료명 표기에 ‘탈지’ 없는 간장·된장 골라요

좋은 양념을 고르려면 제품을 살때 반드시 뒷면의 ‘원재료명 표기’를 확인하는 게 좋다. 전통 발효 간장의 경우 원재료명 표기에 ‘물·콩

(메주)·소금’만 적혀 있다. 산분해 간장은 콩 대신 ‘탈지대두·소맥·액상과당’이 표기돼 있다.

된장의 경우 전통 된장은 ‘콩(메주)·물·소금’만 명시돼 있다. 발효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제품은 ‘소맥분·메주분말·탈지대두분·향

미증진제’가 쓰여져 있다.

고추장은 ‘찹쌀·고춧가루·콩(메주)·천일염·엿기름’ 정도만 들어간 게 전통 방식으로 만든 제품이다. 반면 속성 제조 고추장은 ‘물엿·소

맥분·고추양념·탈지대두분·정제소금·주정’ 등이 표기된다. 고춧가루를 적게 쓰고 단맛을 내기 위해 물엿을 많이 넣은 제품이다.

식초는 현미 등의 곡류에 누룩·엿기름·효모 정도만 들어간 제품을 고르면 좋다. 속성 발효를 거친 제품은 천연 발효 과정에서 생기

는 향과 맛이 거의 없기 때문에 포도당이나 합성향료가 들어간다. 소금은 정제염보단 ‘천일염’이, 설탕은 정제 설탕보다 ‘원당’이 더

낫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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