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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주 52시간 계도 기간 끝났다···그새 줄어든 일자리 10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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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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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 확대를 목표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도입했지만,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침체 국면에서 노동비용 부담이 늘다 보니 기업들이 일자리 확대에 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3월 말까지 이 제도에 대한 계도 기간을 끝내고 4월 1일부터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시작한다.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 8개월 만에 10.6만명 감소
31일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 2월 기준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취업자 수는 245만9000명으로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하기 직전인 지난해 6월 대비 8개월 만에 10만6000명 감소했다. 대기업 취업자 수는 작년 7월 제도 도입 이후 두 달 동안은 늘어나는 듯했지만, 이후 5달 연속 감소한 것이다. 종업원 300인 이상인 대기업은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당초 정부는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제도가 고용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장시간 근로를 법으로 강제해 줄이게 되면, 줄어드는 시간만큼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란 계산이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초과 근로 감소로 근로자 월급은 평균 37만7000원 줄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는 12만5000~16만명가량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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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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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줄고 월급은 늘어…노동비용 압박 강해져
결과는 정부 예측과 달랐다.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근로자 급여는 그대로이거나 더 증가했다. 기업의 노동 비용 압박이 더 강해진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상용근로자 1인당 평균 월급은 418만5000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8.6% 늘었다. 임시·일용근로자 월평균 임금(153만6000원)은 6.3% 증가했다. 반면 월평균 근로시간은 상용근로자가 1인당 28.3시간 줄었고, 임시·일용근로자는 11.9시간 감소했다. 대기업 취업자 수가 줄어든 데는 주력 제조업 침체 등 다른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제조업 침체 국면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이 더욱 고용 확대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예측은 지난해 민간 연구소 등에서 이미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7월 보고서를 통해 기업 생산성 향상이 없다면 주 52시간 제도 도입은 일자리를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소는 올해 대기업 취업자만 9만5400명 줄어드는 등 총 10만29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야근 수당이 줄면, 임금 보전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압력이 커져 노동시간당 임금은 증가하게 된다"며 "기업도 신규 고용보다는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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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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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기계 대체 국면서 주 52시간 도입…고용 감소 빨라질 것"
주 52시간제도 도입은 장시간 노동 감소 등 대기업 근로자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에는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제도가 중소기업 등으로 확대되면 일자리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일각의 견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된 시점이 공교롭게도 4차 산업혁명 진행으로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국면"이라며 "제도 도입 이후 시간당 노동비용이 커지게 되면,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는 속도도 더 빨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자리도 더 빨리 줄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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