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런던 다우닝 10번가를 나서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국 하원이 향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ㆍBrexit) 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나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테리사 메이 총리가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을 가지고 또다시 의회 통과를 시도해야 할 판이다.
영국 하원은 27일(현지시간) 오후 8개의 브렉시트 대안을 놓고 ‘의향투표’(indicative vote)를 실시했다. 의향투표란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제안된 여러 옵션에 대해 투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원은 8개 안 모두 과반의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하원의원들은 각각의 옵션에 대해 '예' 또는 '아니오'(yes or no)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했다.투표 결과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내용의 옵션 J는 찬성 264표, 반대 272표로 아깝게 부결됐다. 어떤 브렉시트 안도 반드시 제2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옵션 M은 268표의 찬성표를 얻었으나 반대표가 295표에 달해 27표차 부결했다.
투표 결과가 나오자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은 “의향투표 결과는 왜 테리사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안인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하원의원들이 합의안을 가지고 EU를 떠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EU 탈퇴협정을 지지해야 한다”며 정부 합의안에 대한 하원의 지지를 호소했다.
당초 하원은 의사 일정안에서 이날 의향투표를 실시한 뒤 필요할 경우 4월 1일 추가 토론 및 표결을 진행하기로 했다. 따라서 다음달 1일 하원은 다시 한번 여러 브렉시트 대안에 대해 논의한 뒤 표결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번 주 내 브렉시트 제3승인투표(meaningful vote)가 열리고 의회에서 가결된다면 추가 의향투표는 당연히 열리지 않는다. 메이 총리는 하원의 충분한 지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오는 29일 승인투표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하원의 내달 1일 표결에 앞서 메이 총리가 주도하는 29일 제3 승인투표가 브렉시트 사태의 중대 분수령으로 예고된 셈이다.
메이 총리는 이날 의향투표 직전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에서 연설을 통해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합의안을 통과시키고 브렉시트를 전달해야 한다"면서 "나라와 당에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이 자리를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히자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 중 일부는 브렉시트 합의안 지지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은 여전히 합의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DUP는 메이 총리의 사퇴 의사 발표 직후에 내놓은 성명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포함된) '안전장치'(backstop)는 영국의 통합성에 받아들일 수 없는 위협을 가한다"며 추가 승인투표에서도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가 제3승인투표를 열더라도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