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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IF] [사이언스 샷] 소아암 앓고있는 소년도 아빠 될 수 있는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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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미 오리건보건과학대




미국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냉동 보관한 정소(精巢)를 이용해 인공수정으로 원숭이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소는 고환에서 정자를 생산하는 곳이다. 피츠버그 의대의 카일 오르위그 교수 연구진은 지난 2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생식력을 잃은 원숭이 수컷에 냉동 보관한 정소를 이식해 정자를 생산한 다음, 이를 난자와 수정시켜 암컷 원숭이 '그래디(Grady·사진)'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그래디는 '이식조직에서 유래한 아기(graft-derived baby)'라는 뜻의 영문 약자다.

특히 이번 실험에 쓴 정소는 성숙하지 않은 어린 원숭이에서 떼어 낸 것이다. 소아암 환자에게 같은 방법을 적용하면 항암 치료를 받고 생식 능력을 잃은 소년도 나중에 미리 냉동해둔 정소로 자식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소아암 환자 3분의 1이 방사선이나 항암제 치료를 받고 정자를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

연구진은 어린 붉은털원숭이 수컷 다섯 마리에서 정소를 추출해 냉동 보관했다. 원숭이들은 어려서 아직 정자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연구진은 원숭이들이 자란 다음에 냉동 보관해둔 정소를 녹여 등과 음낭 안쪽 피부에 이식했다. 이식한 정소는 나중에 80%가 정상적으로 정자를 생산했다.

연구진은 한 원숭이의 음낭 아래에 이식한 정소에서 정자를 추출했다. 이를 난자 138개와 융합시켜 수정란 16개를 얻었다. 이 중 11개를 대리모 암컷의 자궁에 이식했으며, 최종적으로 암컷 원숭이 한 마리가 태어났다. 생쥐와 돼지에서 냉동 보관한 정소로 후손을 탄생시켰지만, 인간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에서 같은 방법이 성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셰필드대의 앨런 페이시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남성 불임 치료에 엄청난 발전을 가져올 성과"라고 평가했다. 현재 여성은 난자를 만드는 난소(卵巢)와 난자를 모두 냉동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은 정자만 냉동 보관할 수 있어 소아 환자는 혜택을 볼 수 없었다. 과학자들은 원숭이 연구가 사람에게 적용되려면 무엇보다 안전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본다. 냉동 보관한 소아암 환자의 정소에 암세포가 남아 있으면 나중에 암을 재발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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