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사진)이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가장 유력했던 이명박 후보 캠프 측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부담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은 27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항소심 19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두 사람이 법정에서 마주한 것은 지난해 4월 이 전 대통령의 구속기소 이후 처음이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경위에 대해 "2007년 이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프에서 일하던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 소속 김석한 변호사가 찾아와 '이 후보를 위해 미국에서 들어가는 법률 비용을 삼성에서 해주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았던 김 변호사 말을 듣고선 개인적 요구보다는 (캠프 차원에서) 요청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또 "2009년 청와대에서 김백준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을 만나고 온 김 변호사로부터 '이 전 대통령이 (소송비 대납을) 고마워하니 계속 지원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이러한 요구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했는가'라고 묻자 그는 "대통령 후보나 청와대 측에서 이런 요청이 오면 기업들은 통상 거절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요구를 받아들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사면 등 여러 가지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 회장에게 김 변호사의 요청을 보고했더니 '(요청이) 오면 해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신문 도중 "이 전 대통령이 이 전 부회장이 진술할 때 '미친놈'이라고 말한 걸 여러 번 들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증언을 방해하면 퇴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이 전 대통령은 "알겠다"고 답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검찰 조사 때 이 전 대통령 측 요청에 따라 다스 미국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취지의 자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송광섭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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