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故매케인 비난…매케인 딸 “아빠가 알면 우스워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政敵)이었던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계속 공격하자 매케인 딸과 부인이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매케인을 향해 ‘뒤끝’ 발언을 이어가자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역풍이 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매케인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오하이오주(州) 연설에서 "나는 결코 매케인을 좋아하지 않았다"며 5분 이상 매케인 비난에 시간을 썼다.

AP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상원 군사위원장이었던 매케인을 두고 "매케인은 우리의 위대한 참전용사를 위한 일을 완수하지 않았다. 공화당과 이 나라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매케인이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 폐지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을 재차 거론했다.

매케인은 지난해 7월 뇌종양 수술 직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매케인이 망쳤다고 생각해 생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케인을 공개 비난했다.

오랜 기간 대립 관계를 이어온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 /CNN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에 관한 잘못된 사실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매케인 장례식을 대통령으로서 승인했지만 매케인 측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 매케인 팬이 아니므로 괜찮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대통령은 의원 장례식을 승인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운구 과정에서 군 수송 지원만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매케인의 딸이자 ABC방송 ‘더 뷰’의 공동 진행자인 메건 매케인은 같은 날 "여기에 없는 사람을 공격하는 새롭고 기괴한 최하치를 보여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떠난) 아빠한테 이 이야기를 한다면 아빠는 우리 대통령이 아빠를 너무나 질투해 죽어서도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우습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매케인 부인인 신디 매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편을 공격한 날, 한 ‘낯선 이’가 자신에게 보냈다는 혐오성 메시지를 트위터에 공개하며 "나는 여러분 모두에게 낯선 사람이 얼마나 친절하고 다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반어법을 구사했다. 이 메시지는 매케인을 ‘반역적 전쟁광’이라며 하며 "그가 죽어 기쁘며 그의 딸 메건이 질식해 죽길 바란다"고 저주하는 내용이었다고 CNN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17일 매케인이 사망한지 불과 6개월 만에 그를 공개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매케인이 오바마케어 철폐에 반대표를 던진 것을 비난하며 매케인이 가짜 문서를 언론에 유출한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켄 스타 전 특별검사가 폭스뉴스에 출연해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매케인 측이 트럼프 선거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 일부를 언론과 공유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때도 메건 매케인은 분노했다. 메건 매케인은 "아빠를 사랑한 것처럼 당신(트럼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나는 아빠와 함께 보낼 토요일이 더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내 가족한테 집착하는 대신 당신 가족과 함께 토요일을 보내면 어떨까?"라고 반격했다. 그는 "내 아빠가 당신 머릿속에 무료로 임대해 살고 있구나"라는 트위터를 올렸다가 지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속해서 매케인을 공개 비난하자 오히려 공화당 내 매케인 추모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밋 롬니 상원의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매케인 비난에 반기를 들며 "좋은 친구인 매케인을 그리워한다"고 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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