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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버닝썬 사태

웃음코드로 퍼지는 버닝썬 사건 ‘2차 가해’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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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삭제 성인물 빨리 보세요~” 클릭하면 무·물 등장

서강대 교수 강의 중 “낚였다” 발언에 인권위 진정 접수

경향신문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 출연자들이 ‘야동’에 대한 에피소드를 말하고 있다. JT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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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물, 이거 진짜 죽임, 김하나 전신 노출 사진, 무삭제 동영상….”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버닝썬 접대 케이스’라는 제목의 글 내용이다. 링크를 누르면 ‘성인물’이라고 쓰인 물병(사진)과 죽(죽임), 김(김하나), 무가 사라지는(무삭제) 사진이 각각 뜬다. 단톡방에 이를 공유한 ㄱ씨는 “야채 사진만 뜬다”며 실망하는 지인에게 “너무 노력하지 말고 순수하게 보라”며 놀리는 듯한 이모티콘을 보냈다.

최근 클럽 버닝썬 의혹을 계기로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와 불법촬영 의혹을 지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를 웃음 소재로 소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성범죄 피해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건에서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이다.

지난 19일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강의 도중 버닝썬 불법촬영 영상을 농담 소재로 삼았던 사실이 알려졌다. 이 교수는 “버닝썬 무삭제 영상을 잘리기 전에 빨리 보라고 친구가 보내주더라”며 “그래도 법을 가르치는 사람인데 제가 이런 걸 보면 안되지 않느냐. 빨리 틀어봤는데 위에선 해가 타고 있고(버닝썬) 아래에선 무가 잘리고 있더라(무삭제). 낚였다”고 했다.

해당 교수 발언을 대자보로 고발한 한 학생은 “미래의 법조인을 양성하는 강의실에서 성범죄 불법촬영물은 그저 야한 영상일 뿐이었고, 명백히 위법한 행위인 불법촬영물 유포 또한 그럴 수 있는 행위가 됐다”고 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도 이날 교수의 성희롱 발언 등 인권침해행위를 조사해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직장인 변지영씨(28)도 “본인은 실제로 영상을 유포하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피해자는 이런 메시지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

다른 성범죄도 농담 소재가 됐다. 중학생 강유민양(15·가명)은 수업 도중 한 선생님으로부터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가리키는 은어) 대학생에게 만원을 주면 서울대 학생들은 책을 사러 가고 고려대 학생들은 막걸리를 마시러 가고 연세대 학생들은 버닝썬 같은 곳을 간다”는 말을 들었다.

대중매체가 성범죄를 웃음코드로 활용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버닝썬 사태 이후 정준영씨·승리 등 남성 연예인이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불법촬영물 소비를 ‘은밀한 사생활’로 표현한 발언이 재조명됐다. “야동이 취향별로 담긴 외장하드를 선물받았다”(불법촬영물 공유), “마음에 드는 여성분이 있으면 빨리 가라고 단 술을 타준다”(준강간) 등 성범죄를 암시한 발언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방송사 책임론’도 제기됐다. 지난해에는 배달의민족, 배스킨라빈스 등이 미투운동을 희화화하는 광고를 게재했다가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농담’이 범죄 행위의 심각성을 가리고 피해자 말을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진희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야동’이라 불리는 불법촬영물 공유가 하나의 문화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이를 유포하거나 소비하는 행위가 폭력이자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편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그동안 피해자들은 자신이 웃을 수 없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으나 최근 불법촬영을 비롯해 각종 성범죄 실태가 드러나면서 언어화가 가능해졌다”며 “이제라도 성범죄를 웃음코드로 써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사회적 진전”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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