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대폭 오른 최저임금 탓에 영세한 자영업자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실증 자료가 나왔다. 영세 음식점의 값싼 메뉴를 자주 이용하는 저소득층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데다 영세 점포들이 인건비 부담을 못 견디고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 의원이 여신금융협회로부터 제출받은 8개 신용카드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매출(카드 사용액 기준) 5000만원 이하 영세 점포의 1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연매출 5000만~1억원 점포는 5.4%, 1억~2억원 점포는 1.4% 감소했다. 특이한 대목은 3억~5억원 점포는 오히려 1.8% 증가했다는 것이다. 매출 100억~500억원의 대형 점포는 5.5% 늘었다. 골목 상권에 있는 영세 점포는 도산 직전에 몰릴 정도로 위기인데 대형 점포는 오히려 성장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소상공인연합회의 관계자는 "영세 자영업자는 아르바이트생을 자르고 가게 문을 일찍 닫을 수밖에 없다"며 "알바생 인건비도 못 버는 시간대의 영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골목 상권의 영세 점포가 영업시간을 줄이자 아직 영업시간을 안 줄인 주요 상권의 대형 점포가 예상치 못한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가 사업체 1204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실태 설문 조사에서 26.4%가 '영업시간을 줄였다'고 답했다. '직원을 줄였다'는 자영업자도 16.9%였다.
여기에 골목 영세 점포의 값싼 메뉴를 주로 이용하는 저소득층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것도 한 원인이다. 작년 4분기 가계소득 동향을 살펴보면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대비 17.7% 감소한 반면 5분위(상위 20%) 가구는 10.4% 늘었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부회장은 "2만~5만원짜리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찾는 식당은 손님이 줄지 않지만 한 끼에 5000원짜리인 식당은 장사 안돼 죽을 맛"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소득이 낮은 계층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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