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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버닝썬 사태

인권위 “버닝썬 폭행 신고자 체포, 경찰의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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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실랑이를 20분 업무방해로 부풀려” 주의 조치 권고
한국일보

'버닝썬 사태'의 발단이 된 김상교씨가 19일 오전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소인 신분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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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서울 역삼동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당한 김상교(28)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현행범 체포 사유를 지나치게 부풀려 작성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경찰의 기존 입장과 완전히 배치되는 결과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김씨가 체포된 뒤 김씨 어머니가 신청한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해 김씨의 인권을 침해한 게 인정된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인권위 조사에서 체포 당시 김씨가 지나치게 흥분해 시비를 걸고, 여러 차례 경고에도 말을 듣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생각은 달랐다. 경찰이 작성한 112신고사건 처리표, 현행범 체포서 등을 두루 살핀 결과 경찰관의 재량을 인정한다 해도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할만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경찰이 현행범 체포서를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김씨 체포 당시 김씨와 클럽 직원간 실랑이는 약 2분 정도에 불과했고, 경찰관에게 욕설을 한 것도 단 한 차례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이 체포서에다 ‘김씨가 20여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하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했다’고 기록했다. 김씨 체포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장해서 서술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전 경찰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체포될 수 있음을 미리 경고하는 과정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차례 욕설을 하고 20초간 항의한 김씨를 경찰은 곧바로 바닥에 넘어뜨리며 현장 도착 3분만에 체포했는데, 인권위는 “경찰의 재량을 인정해도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당시 상황에 비춰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공권력 행사의 남용이자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현행범 체포에 관한 규정 개선과 함께 사건을 담당한 책임자급 경찰관들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리라고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이에 버닝썬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은 “관련자료 확인 및 외부자문 등 조사 절차가 마무리 단계인 만큼 인권위의 권고를 충분히 검토해 조만간 공식입장과 개선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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