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 간 합의된 선거제 개편의 핵심은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 75석 고정, 연동률 50% 적용’이다. 현재의 의원 정수 300명을 그대로 둔 채 지역구를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이는 각 정당의 득표율을 100% 연동시켜 비례대표를 뽑자는 시민들의 요구와 거리가 있다. 의원을 늘리는 데 반대하는 여론을 감안하면서도 득표율과 의석수 간 편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짜내다 궁여지책으로 낸 타협안이다. 이 개편안이 채택되면 전국 단위가 아닌 권역별로 득표율과 비례대표 의석수를 연동함으로써 그나마 사표를 줄여 소수의견을 반영할 단초는 마련하는 셈이 된다. 그런데 한국당은 이런 선거제 합의를 정의당 등 좌파 정당만 키워주는 정치적 야합이라며 개편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도 독재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라면서 통과시킬 수 없다며 막아섰다. 한국당은 그동안 선거제 개혁안을 두고 당의 안조차 내놓지 않은 채 버텨왔다. 그런데 한국당을 제외한 정당이 뜻을 모으자 뒤늦게 모든 정당 간 합의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후안무치하다. 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에 반대하는 것은 영남 등 강세지역에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뜻 이외 아무것도 아니다. 시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공당답지 않은 주장을 접어야 한다.
선거제 법안은 모든 정당 간 합의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다. 선거제를 다른 법안들과 연계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반드시 선거제 개편을 이뤄내야 한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거대 양당의 극한대결이고, 이는 지역주의와 소선거구제에서 기인하고 있다. 한국당이 이런 시민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4당만으로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게 옳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내 반대파들도 대의와 현실을 존중하는 자세로 선거구제 개혁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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