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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백인우월주의’도 개인의 자유? 트럼프, 뉴질랜드 참사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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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총격 참사와 맞물려 ‘백인 우월주의’ 논란에 또한번 휩싸였다. 뉴질랜드 총격범이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운 데 이어 이번 참사에 대해 대통령이 취한 미온적 태도 등이 논란을 키웠다.

뉴질랜드 총격범 브렌턴 태런트는 범행 직전 인터넷에 올린 ‘반이민 선언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백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한 상징’이라고 칭송했다. 앞서 지난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참사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테러와 폭력이 커지는 우려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아주 심각한 문제를 가진 소규모의 사람들”이라고 답해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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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테러 사건의 범인 브렌턴 태런트로 보이는 남성이 2016년 3월 이스탄불 공항에서 촬영된 모습을 16일 터키 국영방송사가 보도했다. AFP 연합뉴스


백악관은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정책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트럼프 정부이기에 이번 참사로 백인 우월주의 낙인이 찍힐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대통령은 종교의 자유와 개인의 자유를 지지한다. 백인 우월주의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이날 CBS 방송과도 인터뷰하며 “(페이스북으로 참사 동영상이 퍼진 것 관련)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었다고 비난받는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고 방어했다. 공화당 소속의 팻 툼니 상원의원도 NBC 방송을 통해 “대통령 발언이나 트윗과 극단적인 광기 사이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본질을 비껴간 이 같은 방어가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와 개인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멀베이니 대행의 답변과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가 아니다’는 사실엔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폭스뉴스 진행자가 “미국에도 백인 우월주의와 국가주의자, 반이슬람 문제가 있다. 대통령은 왜 이를 규탄하지 않나?”고 한 질문에 회피성 답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이 지지한다는 ‘개인의 자유’에 백인 우월주의를 포함시킨 것이라면 그 또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멀베이니 대행도 팻 툼니 의원도 반복해서 “트럼프 때문에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 건 아니다”고 강조하는데 이 또한 교묘히 본질을 가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반 무슬림’ 기조는 부정할 수 없는 수차례의 언행으로 드러난 데다, 백인 우월주의 관련해서만 선택적으로 언어를 중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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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16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진 백인 우월주의 움직임 속에서도 반 무슬림 기조의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 범죄를 미온적 언어로 대하는 것은 문제를 야기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참사가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 때문임을 굳이 언급하지 않은 점, “아주 아주 심각한 문제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탓을 돌린 점 등을 CNN은 꼬집었다.

종교적 동기를 가진 다른 범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과 비교했을 때에도 이는 ‘이중 잣대’라고 CNN은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피츠버그 총격 사건 때는 “반 유대주의”를 동기로 언급했고, 2017년 이집트 자살폭탄 테러 때는 “기독교인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이며 유혈사태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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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선 날 선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침묵은 공모하는 것과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했다.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끌어안고 대담하게 해준다. 인종차별주의적 테러리스트를 규탄하는 대신 보호해준다. 이는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범행의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슬람 신자를 방어하는 강력한 성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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