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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공시가격 현실화 논쟁…조세정의인가? 조세형평 역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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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국토부장관 후보자 "한국집값 아직 높다"vs주택 소유자들 "조세저항"

메트로신문사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한 빌딩에서 바라본 도심속 아파트./뉴시스


공시가격 현실화를 받아들이는 입장이 극명히 나뉘고 있다. 주택소유자들은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세금 부담에 불합리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야당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정부와 무주택자들은 '조세 정의'를 위해 공시가격 인상(현실화)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향후 관련 논쟁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쪽의 입장은 물론 집은 있지만 소득이 없는 은퇴세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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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9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안)'을 발표한 지난 14일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공시가격 인상안 조정 요청 관련 청원글 캡처./채신화 기자


◆ 청원하고 법안 만들고…거센 반발

18일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안) 발표 이후 곳곳에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4일 '2019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안)'을 통해 전국 공시가격은 5.32%, 서울은 14.17%로 전년 대비 각각 0.3%포인트, 3.98%포인트 인상했다. 서울의 공시가격 상승 폭은 12년 만에 최대 폭이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30%에 육박하는 단지도 속출했다. 서울에서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은 모두 21만9862가구로 전년(14만807가구) 대비 56.1% 급증했다.

이에 따라 주택 보유자들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도 커졌다.

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의 예정 공시가격(동·호수별 상이)은 10억800만원으로 지난해 공시가격(9억1200만원) 대비 10.5%(9600만원) 올랐다. 부동산정보센터에서 단순 계산해본 결과, 이 경우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은 지난해 266만6592원에서 올해 326만3328원 22.4%(59만6736원) 인상된다.

그러자 주택 보유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시가격 인상에 반발하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14일 공시가격 인상안이 발표된 이후 이를 조정 요청하는 청원글이 20건 가까이 게시됐다. 한 청원자는 "공시가격 인상이 너무 급격하다. 적어도 1주택자에 대한 예외가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공시가 급등으로 인해 은퇴자의 경우 별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며 공시가격 인상률 조정을 요청했다.

공시가격 의견서 제출도 잇따르고 있다. 각종 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조세 저항을 위해 '공시가격 의견서를 제출하자'는 글 또는 후기글 등이 다수 게재됐다.

이처럼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에 거세지자, 가격 인상폭을 제한하는 법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표준지 공시지가를 산정할 때 전년대비 변동률, 다른 지역과 형평성, 특수성 등을 의무 고려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가격공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도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주택 및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시할 때 직전연도 공시가격의 3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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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상가에 전세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 "조세정의 실현"…실효성은?

반면 무주택자 등 일각에서는 공시가격 인상이 조세 정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한 청원자는 "집값은 수억원 올랐는데 세금은 수십만원 오른셈"이라며 "투기근절하려면 공시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무주택자들은 이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세금 부담을 느낀 매수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 급매 등을 잡을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정부도 공시가격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정호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현재 우리나라 집값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해서 "시세가 급등했거나 상대적으로 장기간 저평가됐던 유형과 가격대의 부동산은 빠른 속도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상대적으로 현실화율이 높은 중저가는 서민 부담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현실화를 추진한 것"이라며 "이는 조세정의와 공정과세에 부합하다"고 밝혔다.

한편,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은 일단 잠잠한 모습이다.

서울 용산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공시가격 인상률은 예상했던 수준이라 크게 부담을 느끼고 매물을 내놓는 주택 보유자들이 드물다"라며 "당장은 증여 등 다른 방법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 거래 절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현재 우리나라 집값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며, 서울의 주택공급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부동산 매매가·전세값 하락은 "그간 과열됐던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채신화 기자 csh9101@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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