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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가디언’은 어떻게 백만 명을 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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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독립된 편집권’ 내세워 후원자 모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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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어느 때보다 진실이 거짓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근거에 기반한 거짓과 왜곡은 심지어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나온다. 시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던 중 독립언론인 <가디언>에 매달 후원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신도 함께 동참하지 않겠는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과 에이즈(AIDS) 환자를 위한 뉴스를 제공하는 ‘에이즈맵’에서 일하는 매슈 호드슨은 2018년 3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후원을 시작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후원 사실을 알렸다.

기대한 것은 ‘좋은 기사’뿐

전세계에는 매슈처럼 <가디언>을 후원하는 100만 독자가 있다. <가디언>이 2018년 7월 발표한 내용을 보면 57만 명이 정기 후원 독자로 등록됐고, 37만5천 명이 지속적이지는 않지만 1년 사이 최소 한 번 후원금을 냈다. 모두 합하면 94만5천 명에 이른다. <가디언>은 4개월 뒤인 11월 “후원 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후원자들은 2년 뒤 창간 200주년을 맞는 <가디언>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2016년 타이의 국민투표를 앞두고 <가디언>이 쓴 분석 기사를 읽은 뒤 깊은 인상을 받은 차노끄난 루암삽(26)도 후원을 결심했다. 차노끄난은 2017년 한 해 동안 100달러(약 11만원)를 후원했다. “기자가 정확하고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자들의 노고에 감사의 표현을 하고 싶었고, 그렇게 공들여 기사를 쓰는 훌륭한 언론사가 사라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차노끄난은 <가디언> 후원으로 기대한 것은 ‘좋은 기사’뿐이었다고 강조했다.

“보수언론이냐 진보언론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언론의 독립이 중요할 뿐이다. <가디언>은 진정한 독립언론으로, 사회문제나 정치에 대해 자유롭게 쓰고 비판하는 점이 좋았다. 기사를 읽는 것을 넘어 후원으로 경제적 기여를 하면서 내가 이 사회의 의제 설정에 참여한다고 느끼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 차노끄난은 <가디언>의 장점으로 ‘자유로운 비판’을 꼽았다.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기사를 유료로 제공하는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의 ‘페이월’(Pay wall)보다 <가디언>의 후원 모델이 저널리즘에는 더 적합한 모델인 것 같다”고 평가한 차노끄난은 타이를 떠나면서 <가디언> 후원을 멈춰야 했지만 앞으로 노동하고 수입이 생기면 꼭 다시 후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슈와 차노끄난처럼 <가디언>을 후원하는 독자들이 기대하는 가치로 ‘독립’과 ‘신뢰’를 꼽았다. 2018년 9월 영국의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모리’(Ipsos MORI)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가디언>의 디지털 콘텐츠를 만나는 소비자의 84%가 “자신이 보는 기사를 신뢰한다”고 밝혀, 미디어 가운데 가장 높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바탕으로 한 <가디언>의 독창적인 후원 모델 안착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불어닥친 디지털 미디어 바람과 인쇄매체의 쇠락은 200년 역사의 신문기업 <가디언>도 피하지 못했다.

특히 2005년과 2006년은 <가디언>도 견디기 힘들었던 혹독한 시간으로 기록됐다. 2005년 1860만파운드(약 2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디언미디어그룹’의 신문 부문이 2006년엔 두 배가 훌쩍 넘는 4990만파운드(약 7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디언미디어그룹은 손실 확대의 원인을 채산성이 부족한 신문사업을 다른 사업의 이익으로 유지해온 관성에서 찾았다.

신문사업의 부진이 계속되자 2016년 1월, 그룹은 3년 안에 생산비와 직원을 20% 줄이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캐서린 바이너 <가디언> 편집국장은 “앞으로 3년 동안 독자와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이 관계를 토대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저널리즘을 재정립하겠다. 독립언론이라는 우리의 사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찾겠다”고 밝혔다. 2005년 넓은 ‘브로드시트판’에서 ‘베를리너판’으로 판형을 바꿨던 <가디언>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18년 1월 ‘타블로이드판’으로 한 번 더 바꿨다.

<가디언>은 이런 비용 감축 내용을 발표하면서 독자들에게 후원을 당부했다. <가디언> 누리집에 있는 모든 기사의 밑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가디언>은 완전한 독립언론입니다. 우리의 저널리즘은 상업성에서 벗어나 있고 그 어떤 정치인, 주주에게서도 독립돼 있습니다. 우리의 편집권은 아무도 침해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고, 권력에 맞설 수 있는 이유입니다. 1달러의 소액도 좋으니 <가디언>을 후원해주세요.”

공감대 우선 형성돼야

독립과 신뢰에 기반한 <가디언>의 후원 전략은 지금까지는 성공이라 평가받는다. <한겨레21>은 <가디언>의 성공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민주언론시민연합 최은경 정책위원은 “독자 후원 모델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우리 사회에 무너진 저널리즘을 회복하기 위해 참된 언론이 필요하고 <한겨레21>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공감’을 우선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공감대와 신뢰를 쌓기 위해 <가디언>처럼 치열하게 싸울 각오가 필요하다”며 “전통적 후원 방식을 넘어 뉴미디어, 소셜미디어 등 여러 방식으로 후원받고, 피드백하며 독자들의 다양한 소비 욕구도 충족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미국의 후원 모델 <프로퍼블리카><더 인터셉트>





후원이 세상을 바꾸는 기사를 낳다





“심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아이들의 울음을 무심하게 들을 수 없었다. 부모들과 떨어져 구금된 아이들의 목소리를 보도해준 <프로퍼블리카>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후원했다.”(빌 펠터, 2018년 6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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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민정책 논의에서 언론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부모에게서 떨어진 어린이의 울음소리가 담긴 보도는 <프로퍼블리카>가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한 편의 기사가 이민에 대한 국가적 논의를 바꿨다. 나는 <프로퍼블리카>에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드루 푸로히트, 2018년 6월23일)

“<프로퍼블리카>는 탐사 저널리즘에 대한 우리의 갈증을 채워줄 정말 중요한 언론사다. 나는 내 친구들 모두가 한 달에 5달러씩 <프로퍼블리카>에 후원하길 권한다.”(리사 로즈, 2018년 12월17일)

독자 후원 모델의 성공 사례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도 있다. 2007년 설립된 <프로퍼블리카>다. 지면을 발행하지 않는 인터넷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폐쇄적인 이민자 정책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의 울음을 보도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수한 뒤, 16년 가까이 편집국장을 지냈던 폴 스타이거는 사표를 썼다. 그는 골든웨스트파이낸셜그룹 경영진이던 억만장자 허버트 샌들 부부로부터 독립언론사 설립을 제안받고 2007년 <프로퍼블리카>를 세웠다. 유일한 후원자였던 허버트 샌들 부부는 처음 3년 동안 한 해 1천만달러씩 후원했다. 이후 후원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 이 부부의 기여도는 최근 20% 아래로 뚝 떨어졌다. 흥미롭게도 이 부부는 거금을 투자하면서도 <프로퍼블리카>가 어떤 기사를 취재하고 쓰는지 조금도 관심 갖지 않은 채 편집권 독립을 약속했다.

<프로퍼블리카>는 2005년 태풍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를 초토화했을 때, 뉴올리언스의 메모리얼병원에서 환자 수백 명을 안락사시켰다는 사실을 폭로해 2010년 인터넷 매체로서는 처음 ‘퓰리처상’을 받았다. ‘세상을 바꾸는 기사’를 목표로 한 <프로퍼블리카>는 수상에 연연하지는 않았지만, 설립 3년 만에 저널리즘의 정수를 보여준 셈이다.

미국의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의 창립자 피에르 오미디아가 2014년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만든 <더 인터셉트>도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국익보다 세계 시민사회의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설립 목표에 걸맞게 <더 인터셉트>는 설립과 동시에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 출신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문건을 잇따라 보도했다. 미국 국가안보국과 영국 정보통신부가 전세계 컴퓨터 백신 업체들의 악성코드 신고 전자우편을 몰래 엿보고, 백신 무력화를 시도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더 인터셉트>는 억만장자 한 명이 지원하는 후원금에 기대 수익을 내지 않는 비영리 언론사가 될 수 있었지만, 거대 자본에 의존하는 구조를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독자들의 소액 후원금을 모으면서 체질 개선을 위해 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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