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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데스크에서] 최정호 후보자의 기막힌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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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장상진 산업1부 차장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18주 연속 하락에 거래량은 5분의 1토막이 났다. 가격 급등에 이은 초강력 규제의 결과로 전문가들은 본다. ‘당분간 아파트 투자는 생각도 말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최정호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기막힌 재테크 노하우를 들여다보면 여기서 멈춰선 안 될지도 모른다.

최 후보자의 재테크 첫째 덕목은 ‘정부의 엄포에 굴하지 않는 용기’다. 국토부 공무원이던 그가 처음으로 부동산 투자에 손을 댄 것은 2003년 1월. 분당 자기 집이 있는 상태에서 재건축을 앞둔 잠실주공 1단지 아파트를 3억원에 샀다.

그런데 재테크가 시작과 동시에 위기를 맞는다. 그해 출범한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집권하는 동안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벌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보여드리겠다”고 선언했다. 부동산 대책도 해마다 3~5개씩 쏟아졌다. 지금도 익숙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담보대출비율(LTV) 40% 제한, 재건축 부담금 등이 시행됐다. 그는 버텼고, 이겼다. 전세로만 돌린 재건축 아파트는 결국 ‘잠실엘스’로 재건축됐고, 작년 최고가 거래액이 15억여원이다.

둘째, 비기는 ‘시장 상황에 기죽지 않는 배짱’이다. 2002년 서울 아파트값은 총 31% 올랐는데 가을 들어 상승세가 꺾였고, 최 후보자가 집을 매입하던 이듬해 1월엔 한꺼번에 1.64%가 내렸다. ‘상투를 잡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길 법도 했건만, 그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셋째 비법은 ‘특권 활용’이다. 최 후보자는 퇴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공무원 신분을 활용, 2016년 세종시 아파트의 복층 펜트하우스에 ‘공무원 특별공급’을 신청해 경쟁률 15대1을 뚫어냈다. 이 아파트에도 현재 웃돈이 2억~4억원이 붙어 있다.
그런 최 후보자에게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다. 하필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잡기’ 핵심 과제를 맡은 주무 부처 장관 후보가 돼 청문회에 서게 된 것이다. 다주택자라는 이른바 ‘적폐 프레임’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는 상황. 여기서 신(神)의 한 수가 나온다.

한 채를 털어 ‘1주택 + 1분양권 보유자’로 변신하는데, 가장 가치가 떨어지는 분당 낡은 아파트를 정리했다.
보통 두 채 중 한 채를 정리할 때는 거주하지 않는 것을 택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자기가 살던 분당 집을 택했다. 방법은 매각 대신 딸과 사위에게 절반씩 증여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라는 난관까지 피하고 이사도 하지 않는 묘수(妙手)였다. ‘똘똘한 한채 집중’과 ‘세(稅)테크’를 결합한 것이다.
이 투자의 귀재가 이제 집값 전쟁의 수장(首長)이 되려 한다. 주택 투자자들은 이 대목에서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장상진 산업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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