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매경시평] 오마카세 경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오마카세 경제'가 부상하고 있다. '타인에게 맡기다'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오마카세(おまかせ)'에서 유래된 '오마카세 경제'는 소비를 일임하는 경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요즘 외식 업계에서는 오마카세가 일식집은 물론 한우 식당이나 중식당, 디저트 식당 등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단순히 정해져 있는 메뉴와 가격에 따라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셰프가 그날 준비된 가장 좋은 부위나 식재료로 코스를 구성한다. 비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식당은 예약 전쟁을 벌여야 할 만큼 인기가 좋다. 수준 높은 서비스는 기본, 요리 하나하나를 손님 앞에 내는 정성까지 갖추고 있어 최근 '파인다이닝'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한우 식당을 예로 들어 보자.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정육점 식당이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에는 프리미엄 한우 전문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우를 구워 먹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계속 진화되고 있다. 이제는 다양한 부위를 셰프의 다양한 조리 방법으로 즐기는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 전문가에게 맡기기 때문에 재료나 맛에 대한 신뢰가 보장되고, 소비자 개인의 기호가 반영되어 만족도는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트렌드는 외식 업계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퍼스널 컬러 진단 서비스로 소비자에게 잘 어울리는 색상을 추천하고, 애플리케이션으로 개인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보기술(IT) 기반의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인 유비쿼터스 헬스(u-Health) 국내 시장 규모는 2014년 3조원에서 2020년까지 11조원으로 연평균 12.5%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은 예전에 상류층만 누릴 수 있었던 퍼스널 컨설턴트(Personal Consultant) 같은 서비스의 문턱을 허물고 있다.

이처럼 맞춤형 소비가 증가하게 되는 배경으로는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소비자의 욕구가 점차 다양해지고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 촉발되면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술을 활용해 개개인에게 맞춘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이 더 쉬워졌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의식주 등)에서 시작되어 안전 욕구, 애정 욕구, 존중 욕구, 자아 실현 욕구 단계로 이어진다고 한다. 과거 1~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전반적으로 경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었다. 이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개인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시대이다. 따라서 나만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나심비(나의 심적 만족을 위해 가격에 상관없이 소비)' '포미(for me)' 등 나만을 위한 소비를 의미하는 신조어가 범람하고 있다. 더불어 기술혁명으로 인해 생산자들은 개별 소비자의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소비자(Consumer)는 단순한 소비에서 벗어나 유저(User)로 변신하면서 생산자와 상호 작용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생산자나 공급자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쉽게 접근이 가능해져 더 전문적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용이해졌다.

4차 산업혁명 등장으로 기술이 인간을 대체해 노동시장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오마카세 경제'의 부상으로 서비스업의 소비 활성화와 고용 효과가 기대되며, 이에 맞는 새로운 직업들이 창출될 것이다. 이러한 직업들은 나이, 학력, 경력 등과 상관없이 특정 교육을 통해서 전문성을 기를 수 있기 때문에 교육 인력 확보 및 관리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도 빅테이터에 대한 규제를 풀고 정책 지원으로 통해 오마카세 경제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청년창업 대책이나 자영업 대책의 일환으로 검토해 볼 만도 하다. 기업들도 시장이 기존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므로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 변화에 주목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해야 할 것이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