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뺏기’ 비판은 비껴가
합동수사팀과 갈등 가능성도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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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버닝썬 스캔들’과 관련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사 의뢰를 접수한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강남 클럽과 경찰 관계자들의 유착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에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이 강하지만, 이미 경찰이 대대적 수사를 본격화한 점을 고려해 당분간 수사지휘에 집중했다 송치 후 보강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으로부터 기록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주 가수 승리(29ㆍ본명 이승현)와 정준영(30)씨 등이 연루된 의혹 사건을 일선 수사팀에 배당할 예정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 동안 수사지휘만 하며 한발 뒤로 물러나 있던 검찰이 수사의뢰를 계기로 직접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스캔들은 당초 마약과 성범죄 사건에서 시작했으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경찰-연예계-강남 클럽 간 유착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이 수사의뢰를 받고도 배당에 잠시 뜸을 들이는 것을 두고도 직접수사에 나서야 할지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은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서 검찰이 나서면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경찰 고위층이 연루된 의혹이어서 그런 평가에서도 자유롭다. 형사 사건에 밝은 한 변호사는 “이미 ‘경찰총장’ 얘기까지 나온 상황이라 국민들이 수사에 기대하는 눈높이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경찰이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자기 조직 감싸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바로 치고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무르익었음에도 현재로선 검찰이 당분간은 수사지휘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찰 고위층에 대한 강제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권을 이용해 검ㆍ경 수사권조정 논의를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려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경찰이 126명 규모의 합동수사팀을 꾸려 수사 중인 상황이라, 수사 방식과 대상 등을 놓고 검ㆍ경이 첨예하게 맞서는 갈등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성공해도 크게 얻을 게 없는 수사를 하느니, 수사지휘 역할을 충실히 하며 나중을 노리는 게 검찰로선 얻을 게 많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셈이다.
송치 전이든 후든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게 된다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강력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중 한 곳에서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진행하고 있는 스캔들 사건 수사는 대부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서 지휘를 담당하고 있다. 강력부는 지난 12일 마약류 투약 등 혐의로 버닝썬 직원 조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해 말 입건된 정씨의 동영상 불법 촬영ㆍ유포 사건의 수사지휘를 맡았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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