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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꼬이는 北美협상…'판 깨겠다'는 김정은, 시간벌기 나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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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양보시 정치부담↑…‘빅딜’ 강경책 고수할 듯

내년 재선·김정은 인내심 변수…金 ‘입’에 이목 집중

이데일리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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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셈법이 복잡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더 이상 핵실험이 없을테니 편하게 두 발 뻗고 잠들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은 “대화를 중단하고 핵·미사일 시험을 다시 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미국에 실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을 엎을 수도 있다’고 강수를 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에 양보할 것인지, 강경책을 고수할 것인지 꼬인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가 않다. “전 정부들과는 다르다”고 과시했던 게 올가미가 돼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 한발 양보하고 다른 협상카드를 꺼내들지, 서로 욕설을 퍼붓던 2년 전으로 돌아갈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갈림길에 서 있다.

◇트럼프 양보시 정치부담↑…‘빅딜’ 강경책 고수할 듯

미국 시사전문지 디 애틀랜틱은 16일(현지시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강경한 발언들을 주고 받은 것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다시 거친 언사로 회귀했다”며 “투견들(attack dogs)이 풀려났다”고 비유했다. 신문은 두 사람의 과격한 발언들이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미 정상회담의 역설적인 결과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였다면 최 부상 기자회견 이후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비쳤을테지만 아직까진 침묵하고 있다. 일단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앞세워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재료로 적극 활용해온 만큼,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내년 11월 재선에 유리할 것인지 득실을 따져보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시간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대북 대응 수위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양보를 하게 되면 “전임 정부들과 다르다”는 말을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뒤집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 미중 무역협상 결렬 가능성 등 풀어야할 난제가 많은데다, 민주당이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보 카드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결국 비핵화 빅딜 해법, 강경책을 고수할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목표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점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의 대응에서도 감지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화 재개를 희망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양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서 북한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키는 것만으로도 이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급할 것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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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북한 평양에서 최선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이 외신 기자, 외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회견을 하고 있다. 그의 왼쪽에 외무성 직원이 서 있고 오른쪽은 통역. 최 부상은 이날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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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재선·김정은 인내심 변수…金 ‘입’에 이목 집중

하지만 내년 재선이 변수다. 민주당은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브래드 셔먼 위원장은 “최 부상 발언은 다시 한 번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김 위원장의 인내심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냐다.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겐 초대형 악재다. 김 위원장이 예측 불가능한 인물인 만큼,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와 달리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겁먹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 3개월 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단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를 약속한 적이 없기에 약속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도 대화 재개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다.

최 부상은 미국 정부를 “강도도당”이라고 맹비난하면서도 “북미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합도 기이할 정도로 좋았다”고 강조한 것도 최고위층간 대화 여지를 남기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 부상이 “김 위원장이 곧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이후에나 입을 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전 세계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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