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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광장 떠나는 세월호 희생자 영정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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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영정 이운식 시작으로 세월호 천막 철거

다음달 12일 ‘기억·안전 전시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유가족 “진상규명 위해 더 많은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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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우리 아들아 딸아. 이제 가자.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겨 이제 잠시만 집으로 가자. 이곳에서 밥을 굶고, 머리를 자르고, 눈물과 절규로 하루하루를 보낸 우리 엄마, 아빠들 지켜보느라 고생이 많았다. 집에 가서, 예쁘게 단장하고 다시 오자. 우리를 지켜준 모든 분들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집에 가자.”

17일 오전 9시50분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 장훈 가족협의회 위원장의 진혼사를 끝으로 희생자들의 영정을 옮기는 이운식이 시작됐다. “반별로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2학년 1반….” 희생된 학생들의 이름이 하나 둘 불리기 시작했다. 아이 이름이 불리면, 부모가 분향소 앞으로 걸어나왔다. 광장이 소리없는 울음으로 가득찼다. 사람들은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과 시민 300여명이 분향소를 가득 채웠다. 이운식은 묵념, 종교의식, 진혼식 순서로 꾸려졌다. 1797일 동안 광장에 있던 아이들의 영정이 부모의 손에 건네졌다. 검은 양복을 입은 이들이 흰 손수건으로 영정을 정성스럽게 닦았다. 닦인 영정은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상자에 조심스럽게 담겼다. 영정을 받아드는 부모들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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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식을 앞두고 16일부터 내부정리가 시작됐다지만 광장에는 그동안 유가족들이 싸운 흔적들이 여전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국민의 힘으로 진상규명”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날 이운식을 시작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은 18일까지 모두 철거된다. 2014년 7월 처음 설치된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천막 철거 의사를 밝혔다. 18일까지 세월호 천막 14개동이 모두 철거되면 광화문광장에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마련된다. 세월호 천막 14개동 크기의 절반 정도인 면적 79.98㎡ 규모의 목조건물로 마련될 전시공간은 전시실 2개와 시민참여공간, 진실마중대 등으로 구성돼 다음달 12일 시민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이운식 참가자들은 세월호 천막 철거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장례업체 현진시닝 서영선 본부장은 이운식 시작을 알리며 “이 자리는 단순히 희생된 분들을 기억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다짐의 자리”라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질 수 있도록 반드시 책임자를 처벌하여 또 다른 아이들이 살아갈 우리들의 미래는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교인들도 가족들을 위로하며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명진 스님은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되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음을 알려줬다”며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이 광장에서 울었던 모든 날들, 꿈꾸고 희망했던 모든 것을 가슴에 담아 기억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홍요한 목사는 “여전히 진실은 은폐되어 드러나길 기다리고 있다”며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것, 그들의 고통을 우리의 아픔으로 아는 것, 성경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서영섭 신부 또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연대의 다짐을 한다”고 밝혔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땡볕 아래서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1주기 추모제를 한 뒤 분향소에 꽃 한송이 올리겠다는 가족들이 경찰 차벽에 잔인하게 막혔었다”고 돌아봤다. 박 대표는 세월호 천막이 갖는 의미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수많은 사람들의 힘이 모여 이곳을 지켰다”며 “이곳은 촛불혁명의 발원지였고 중심지였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 김용균씨 가족들 등 아픈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고, 아픔을 같이 나누고 힘을 얻어 다시 싸웠다”며 “이곳을 지키기 위해 함께 했던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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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별로 학생들의 이름이 한명씩 불린 뒤에는 희생된 교사들과 일반인들의 이름이 불렸다. 유가족들은 교사들과 일반인 희생자들의 영정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고 의식을 진행했다. 분향소에 있던 약 300개의 영정은 서울시청 신청사에 있는 지하 서고에 임시 보관된다. 유가족은 아직 영정을 어디로 모실지 결정하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들의 기억과 관심을 당부했다. 단원고 2학년 8반 안주현군 어머니 김정해씨는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지만, 더 제대로된 공간이 마련되는만큼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아이들을 함께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도 계속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희 김미향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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