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서 ‘곤혹’
SNS에서도 “수사 불신” 봇물
경찰은 최근 보기 드문 대규모 수사팀을 꾸렸다. 수사관 126명을 투입한 대규모 합동수사팀을 꾸렸지만 경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간다.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고리로 꼽힌 전직 경찰관, 단체대화방에 등장한 ‘경찰총장’이라는 단어, 이 경찰총장이 강남경찰서에 근무한 현직 총경이라는 진술 등 의혹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경찰 수사를 불신하고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진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6명의 수사팀을 꾸렸다는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1만명 이하든 1000명 이하든 내가 나를(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건데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대중의 불신을 반영한 발언이다.
수사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경찰 유착 의혹 규명이다. 경찰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한다. 불신을 깨려면 수사 결과로 말을 해야 하는데, 그 결과물이 경찰과 유흥업계·연예인의 유착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라면 불신은 더 커질 수 있다. 의혹을 밝혀내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딜레마가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경찰은 곤혹스러워한다.
검찰은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압수수색이나 신병확보 등 경찰 수사를 살피며 ‘훈수’ 둘 가능성이 높다. 당장 경찰 수사를 통째로 넘겨받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섣불리 다 넘겨받아 생기는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검찰 재수사를 결정할 수도 있다. ‘버닝썬 사건’을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여론을 얻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에겐 이래저래 악재인 셈이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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