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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 브렉시트 결국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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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메이 총리


영국 의회가 오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연기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결정한 지 2년9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 결국 연기인 셈이다. 영국 하원은 14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총리가 내놓은 정부안을 찬성 412표, 반대 202표로 210표 차이로 가결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오는 20일을 마감 기간으로 정해 그때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EU 탈퇴 시점을 6월 30일까지 연기한다. 만약 통과하지 못하면 이보다 오래 연기할 계획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EU 탈퇴) 위기를 넘겼지만,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연장 기간이 다음주 있을 세 번째 승인 투표 결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3차 승인 투표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브렉시트 연기를 위해서는 영국을 제외한 EU 회원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번 영국 하원 결정에 대해 EU는 "영국 의회가 결정한 브렉시트 연기를 받아들일 것인지는 27개 회원국들 몫"이라며 "영국이 이달 말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해달라는 어떠한 요청도 정당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영국과 EU 양측 모두 노딜 브렉시트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오는 21일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연기를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디언은 "연장을 막는 것은 영국이 협상 없이 EU를 떠나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다만 연기 기한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 의회는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국경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안전장치(backstop)'에 반대해왔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와 관련한 의사 결정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우선 결정해야 할 사항은 얼마나 브렉시트를 미룰지다. 브렉시트를 진전시키는 데 방해한 쟁점은 안전장치였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는 안전장치가 있는 한 완전한 브렉시트가 아니라며 반대했다.

메이 총리가 제시한 데드라인 날짜인 20일까지 닷새밖에 남지 않았지만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가디언은 안전장치 조항에 서너 줄 덧붙인다고 해서 합의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메이 총리는 합의안 통과를 위해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과 제프리 콕스 법무부 장관 등을 통해 영국이 안전장치에 영구히 갇히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률 검토 결과를 추가 의견서 형태로 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일까지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최소 1년에서 최장 21개월까지 탈퇴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EU가 탈퇴 시점을 장기간 미루는 방안을 요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EU 27개 회원국들에 필요하다면 브렉시트를 장기간 연기하는 방안을 열어둘 것을 호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브렉시트 연기 기간이 장기화할 경우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가 당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U를 나가겠다고 선언하고 협상 중인 영국에 유럽의회 의석을 줘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울러 협상 기간이 늘어나면서 정국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BBC는 EU와 완전한 재협상을 비롯해 2차 국민투표 실시, 조기 총선을 통한 새 내각 구성 등 여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영국 산업계에서는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연기를 확정하자 안도의 한숨과 불안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마이크 체리 중소기업연맹 의장은 FT에 "낭떠러지에서 피했다"면서도 "의회가 우리를 이 난장판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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