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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전세계 압박에 트럼프 굴복 … 美도 보잉737맥스 운항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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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잉 737맥스 기종 운항 중단 조치를 밝히는 기자회견 도중 심난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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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항공 전원 사망 추락사고' 이후 사흘 만에 보잉 737맥스8 기종 운항 중지를 선언했다. 캐나다와 두바이도 줄줄이 미국 뒤를 따르면서 전 세계 해당 기종 350여 대에 대한 하늘길이 전부 닫혔다.

이에 따라 보잉 737맥스8 기종의 사고 원인은 기체 결함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울러 베트남은 해당 기종 구매 계약 이행을 전격 보류했고, 러시아 등 여러 국가가 사고 기종과 유사한 구조인 보잉 737맥스9에 대해서도 운항 중지 명령을 내리고 있어 파장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다섯 달 새 두 차례 전원 사망 추락사고를 낸 맥스8 기종에 대해 "사고가 너무나 끔찍했다. 미국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 안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면서 "보잉은 훌륭한 회사지만 해결책을 찾기 전까지 맥스8·9 기종에 대해 이륙을 즉시 금지한다"는 긴급 행정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체 행사 때 보잉 최고경영자(CEO)를 바로 옆자리에 배정하고, 법인세 감세 발표도 보잉 공장에서 하는가 하면 비행기 계약 때도 참석하는 식으로 보잉과 관계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보잉에 등을 돌린 것은 국내외 압박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는 10일 추락사고 바로 다음날 중국이 앞장서서 '안전 우선'을 내세우며 보잉 737맥스8 운항 중지를 전격 발표했고 아시아, 유럽, 러시아 등 전 세계 주요 국가가 잇달아 운항 중지를 선언했다. 미국 내에서도 소비자 불안이 빗발치는 가운데 12일 의회 상원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심해 운항 중지를 공식 촉구하면서 보잉 추락 사건 청문회를 열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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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보잉의 다른 기종인 737맥스9에도 번지는 모양새다. 연일 "해당 기종은 안전하다(airworthy). 운항을 금지시킬 근거가 없다(no basis)"고 강조하던 연방항공청(FAA)은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따라 이날 "오늘부터 보잉 맥스8뿐 아니라 맥스9 기종도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맥스9 기종은 맥스8에 비해 비행기 동체가 더 길다는 것 정도가 특징이어서 마찬가지로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정이다.

미국과 더불어 마지막까지 맥스8 기종을 운항해왔던 캐나다도 꼬리를 내렸다. 마크 가노 캐나다 교통부 장관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부터 국내외 모든 항공사의 맥스8·9 기종은 우리 영공을 통과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캐나다는 10일 추락사고 당시 케냐에 이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나라다. 그럼에도 사고 다음날 가노 장관이 "해당 기종 운항 중지는 시기상조이며, 나는 주저 없이 보잉 737맥스8에 탈 수 있다"고 말해 빈축을 샀는데, 비난 여론이 커지자 맥스9 기종까지 운항 일시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다.

같은 날 파나마도 맥스9 기종에 대해 운항 정지를 선언했다. 파나마 코파항공은 맥스8 기종이 없지만, 맥스9 기종은 6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기종을 전부 일시적으로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고 13일 현지 언론 라프렌사가 보도했다. 같은 날 두바이 항공당국도 맥스8·9 기종 모두에 대해 일시 운항 중지를 선언했다.

'2차 미·북정상회담' 참석차 지난달 27일 베트남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보잉 737맥스 기종 100대를 구매하는 127억달러(약 14조4000억원) 규모 계약에 서명했던 베트남 항공사 비엣젯은 구매를 파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아리 아스카라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 CEO도 14일 "737맥스시리즈 20대 주문을 재검토 중이며, FAA의 사고조사 최종 결과에 따라 주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추가로 냈다.

한편 13일 에티오피아항공은 사고 원인 분석을 보잉이 있는 미국 대신 경쟁사 '에어버스'를 키우는 유럽에 맡겼다. 항공사는 사고가 난 블랙박스 저장장치 2대와 데이터를 프랑스 항공사고 조사기구 (BEA)에 맡기며 분석을 요청했다.

문제가 된 맥스8 조정특성상향시스템(MCAS·날개가 양력을 잃었을 때 조종사의 작동 없이도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조종 제어 장치)에 초점을 맞춰 분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에티오피아항공에 따르면 사고기에서는 비행 통제에 문제가 있었다. MCAS는 노스다운(순간적으로 기체 머리 부분이 빠르게 아래쪽으로 기울어 속도 조절이 힘들어지는 현상) 제어 기능도 한다. CNN은 이전에도 미국 내에서 맥스 기종을 몰았던 조종사들이 노스다운을 두 차례나 경험해 불만을 표한 바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는 아프리카 순방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에어버스 세일즈에 나섰다. 엘리제궁은 14일 "에티오피아와 중국이 에어버스 비행기를 대량 구매할 긍정적 신호가 보인다"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이날 보도했다.

13일 뉴욕 증시에서 보잉 주가는 전날보다 0.46% 올랐다. 하지만 10일 사고 당시보다 11% 가까이 급락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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