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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버닝썬 사태

[MT리포트]검·경수사권으로 더 달아오른 '버닝썬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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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편집자주] 우리들의 일그러진 우상이 된 일부 '아이돌'은 문화권력에 취해 범죄에 무감각해졌다. 권력층의 비호 얘기도 들린다.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단순 폭행으로 시작돼 마약과 뇌물, 탈세와 불법 몰카영상, 권력층과의 유착으로까지 확대된 '버닝썬 게이트'를 중간 점검했다.

[the L][버닝썬게이트] 검찰, 중앙지검서 직접 수사예정…경찰, 126명 대규모 수사인력 투입해 사활건 영역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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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왼쪽)와 이성과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30)이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승리의 성접대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날 함께 소환되는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씨를 상대로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관계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은 다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불법촬영 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도 오전 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2019.3.1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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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밤 11시 세종시에서 올라온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들이 급하게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방문했다. 제보자로부터 받아 보관 중이던 정준영 휴대폰 파일을 직접 대검에 전달하면서 수사의뢰를 하기 위해서다.

권익위가 늦은 밤 먼 거리를 달려와야만 하는 상황이 된 건 경찰에 의한 압수수색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찰의 자료 협조요청에 권익위가 제보자보호를 이유로 응하지 않자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수사방법을 동원하기 직전이었다. 권익위 보관 자료가 대검에 넘어가자 13일 경찰은 아예 파일의 출처로 의심됐던 복구업체를 압수수색해 자료확보를 시도했다.

버닝썬게이트 초기부터 경찰은 인근 파출소 등 전현직 경찰들의 유착관계가 의심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를 의식한 경찰도 감찰반을 동원해 전반적인 자체 감찰과 수사를 동시에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권익위에 제보된 정준영 휴대폰 파일에 경찰 고위 관계자가 뒤를 봐준 것으로 의심되는 대화내용까지 있다고 알려지면서 경찰은 다급해졌다. 13일 아침 라디오방송을 통해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126명이라는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총력을 다해 수사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경찰 유착의혹에 대해선 일단 사과를 하기도 했다.

권익위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도 행동에 나섰다. 법무부장관도 14일 국회에 출석해 사건을 검찰에서 다루기로 했다는 점을 알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가 수사를 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경찰에서 대규모 인력으로 수사 중인 사건임에도 검찰이 직접 나서겠다고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버닝썬게이트 관련 사건들의 파급력이 ‘검경수사권’ 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검·경 양측이 다분히 의식한 듯한 모양새다.

사건 초기부터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던 경찰도 나름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준영에 대해 이번 사건과 유사한 형태의 범죄신고가 들어와 지난 1월 이미 휴대폰 복구업체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으나 반려당했다는 점까지 밝혔다. 검찰 탓이란 뉘앙스다.

이에 검찰도 즉각 반박했다. 2016년 정준영이 처음 동영상 촬영으로 입건됐을 때 ‘무혐의’ 처분받은 사건과 올 1월 영장신청한 사건이 별개란 점을 소명해 재신청하라는 수사지휘였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3년전과 지난 1월, 정준영 관련 과거 사건에 제대로 수사되지 않은 책임에 대해 서로 ‘네탓’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준영·승리 등이 들어있는 문제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라는 단어가 언급됐다는 소식에, 경찰청장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굳이 ‘경찰청장’이 아닌 오타로 보이는 ‘경찰총장’이라는 카톡 원문 그대로 보도해달라고 한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대화 정황상 ‘경찰 고위관계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경찰은 검찰수장을 뜻하는 ‘총장’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살려서 ‘검찰총장’의 오타일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전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경찰 입장에선 검찰 고위 관계자도 연루됐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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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8.11.1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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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문제가 터진 강남 클럽 등 업소를 관할하는 현장 경찰들의 유착이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경찰은 연예기획사나 관련 사업가들과 검찰이 유착돼 있을 수 있다는 소위 ‘피장파장’ 전략을 쓰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검찰이 연예사업에 유독 관대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 2014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검찰이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박봄에 대한 마약수사에서 이례적인 ‘입건유예’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이 입건조차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문제 삼았다. 박봄 뿐 아니라 버닝썬게이트의 핵심인 승리가 속한 빅뱅 멤버들이 대마흡연과 교통사고 등의 사건을 일으켰을 때도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벼웠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수사의 최종책임과 기소여부 판단은 검찰에게 있기 때문에 검찰도 연예기획사들을 봐 준다는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을 중점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가운데, 수사권 조정이 임박한 시점에 터진 버닝썬게이트는 그런 면에서 검·경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대형 사건이 됐다.

중앙지검이 직접 수사하고 경찰청장이 매머드급 수사인력을 투입할 만큼 양 수사기관의 핵심 주요사건이 돼 버렸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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