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서 시작된 버닝썬 논란, 경찰 고위직 유착의혹으로
與·野 "민중의 지팡이가 민망하다" 날선 비판
법무부, 관련 사안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 계획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민갑룡 경찰청장이 14일 오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버닝썬 사건 관련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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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노희준 기자] 폭행 사건에서 경찰 고위직 유착 사건으로까지 번진 버닝썬 사태로 경찰이 뭇매를 맞았다. 여야는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질타와 함께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단 경찰은 사건 관계자를 줄줄이 소환하며 경찰 고위직 유착 등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의혹이 커진 만큼 경찰이 초기에 이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규명해 검찰로 넘길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유착 의혹이 있는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어 이 사건 수사의 키를 누가 잡게 될지도 주목된다.
◇국회서 질타 받은 민갑룡 청장, 유착 의혹 수사에 ‘속도’
민갑룡 경찰청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최근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경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자세로 전 경찰 역량을 투입해 범죄와 불법을 조장하는 반(反)사회적 풍토를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이 이처럼 강한 어조로 수사에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은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경찰 고위직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가수 정준영(30)과 승리(29·본명 이승현)가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등 경찰 고위직과의 연결고리를 연상케 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을 보호하고 수사해야 할 경찰이 범죄 집단과 유착이 있는 것 아니냐”며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0명당 한 사람 정도의 엄청난 감찰 인력을 보유하고도 제대로 (유착 관계를) 감찰하지 못한 건 제 식구 감싸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어떻게 이런 식의 불상사가 나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이에 대해 “이러한 의혹에 대해 국민이 더 이상 의문을 갖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해당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의 주요 멤버인 정준영과 승리, 투자업체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씨를 연이어 소환해 조사에 나섰다. 이 대화방에서는 성 접대 관련 대화를 비롯해 불법 촬영 영상을 공유 등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히 이들을 상대로 경찰 고위직과 유착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찰이 더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선 카카오톡 대화 원본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는 공익제보자인 방정현 변호사가 제출한 대화 내용 중 일부에 불과하다. 전체 내용은 제보를 받은 권익위원회가 검찰에 넘겼다. 유착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는 어려움에 봉착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영장을 발부받아 신속하게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민 청장은 “현재 대화의 일부는 확보했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확보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며 “(전체 카카오톡 대화를 확보할 수 있도록) 소명을 해서 영장 신청 절차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버닝썬 수사 검찰로 넘겨라”…법무부, 서울중앙지검에 이첩
이번 문제가 경찰 유학 의혹으로 비화하자 검찰이 직접 진상규명에 나서는 게 맞지 않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 고위층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으니 경찰은 손을 떼고 검찰이 진상규명에 나서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석해 “경찰이 연루된 혐의도 보도됐기 때문에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익위원회가 제보 내용을 대검찰청에 넘겼는데, 이를 지검으로 이첩해 본격적으로 조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대검은 중앙지검에 이 기록을 이날 오후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당분간 경찰의 조사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이 중앙지검으로 넘긴 자료는 경찰 수사 자료가 아닌 권익위 자료이긴 하지만 내용 면에서 결과적으로 경찰의 현재 수사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을 여지가 있는 데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청장이 직접 엄정 수사 의지를 밝힌 만큼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는 걸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일각에선 경찰이 진행하는 수사는 그대로 진행하되 경찰 유착 등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지검에서 직접 수사할지 (경찰에 자료를 넘길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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