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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DJ 암, 盧 등신, MB 쥐박이, 朴 귀태"…대통령 모독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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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원수 모독’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를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로 규정하고, 윤리위 회부를 결정해서다.

이 대표가 말한 ‘국가원수모독죄’는 이미 31년 전 폐지된 법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모독 논란은 공수만 바뀌었을 뿐 정부마다 반복돼왔다.

◇“김대중=암(癌)”
첫 정권교체가 이뤄진 김대중(DJ) 정부 때엔 대통령 개인에 대한 모욕과 고소·고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빈민ㆍ노동 운동가 출신으로 ‘양 김’(김대중ㆍ김영삼) 퇴출을 주장해 온 제정구 전 한나라당 의원이 1999년 폐암으로 사망하자, 당시 이부영 의원은 “제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때문에 억장이 터져 ‘DJ 암’에 걸려 사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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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6월 8일 서울지검 공안1부에 소환되는 김홍신 당시 한나라당 의원(가운데). 김 의원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고 말해 모욕죄로 기소됐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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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 “70이 넘은 분이 사정사정하다 무슨 변고가 있을지 모르겠다”(이규택 의원) 등의 아슬아슬한 발언도 있었지만, 처벌은 받지 않았다. 다만 김대중 정부 출범 3개월 차에 발생한 김홍신 의원의 “김 대통령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는 발언은 모욕죄로 기소돼 대법원 유죄 판결(벌금 100만원)을 받았다.

◇“노무현=등신 외교”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만인 2003년 6월, 청와대에서 ‘원수 모독’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상배 정책위의장이 일본 순방을 마치고 온 노 대통령을 향해 “이번 방일 외교는 한국 외교사의 치욕으로, ‘등신 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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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이 오찬을 겸한 회담장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가운데)·이상배 정책위의장(왼쪽)과 건배하고 있다. 이상배 의장은 같은해 6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외교를 "등신 외교"로 표현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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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즉각 “정상외교 중인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망언은 국가원수와 국민에 대한 있을 수 없는 모독”이라고 브리핑했다. 이상배 의장은 이튿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거듭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사과했다.

2004년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이 출연한 연극 ‘환생 경제’가 논란이 됐다. 노 대통령을 풍자한 이 극에선 ‘노가리’ ‘육실헐 놈’ 등의 단어가 튀어나왔다.

이즈음 인터넷 카페 붐이 시작하며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가 번져 나가기도 했다. '대통령 비하'가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이런 흐름은 국어사전 등재로 이어졌다. 2007년 한글날을 앞두고 국립국어원은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를 발간했는데, 책엔 ‘놈현스럽다’(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 ‘노짱’(노 대통령을 속되게 이르는 말), ‘노비어천가’(노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것) 등을 수록했다.

이에 청와대는 "‘놈현스럽다’는 국가원수 모독으로 볼 수 있다”는 대변인 공식 브리핑을 냈다.

◇“이명박=쥐박이”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출범하자마자 광우병 파동을 겪으며 일찌감치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생김새를 비하한 ‘쥐박이’, 뇌 용량이 모자란다는 뜻의 ‘2MB’(Mega Bite) 등의 신조어가 퍼졌다. 좌익 성향의 시위대는 MB를 ‘부시의 犬(개)’이라고 놀리는 퍼포먼스를 공개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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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시위대가 광화문 거리에서 만든 이명박 대통령 현수막.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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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야당인 민주당도 이에 합세했다. 특히 2009년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천정배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국민주권을 짓밟은 쿠데타 정권”이라며 “쥐박이ㆍ땅박이ㆍ2MB”라는 말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이에 김효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쿠데타가 뭐냐, 화장실에서 가서 귀를 씻고 오고 싶은 심정. MB에게 표를 던진 우리 국민이 쿠데타 세력이냐”고 반발했다.

천 의원은 1년 후인 2010년 12월에도 ‘이명박 독재 심판 결의 대회’를 열고 “이명박 정권 헛소리 개그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겠나. 응징해야 하지 않겠나.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막말을 뱉었다. 민주당 개혁특별위원회는 공식 블로그에 MB를 쥐에 비유한 홍보 만화를 올려놓기도 했다.

이에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천 의원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비판 칼럼을 쓴 일간지 칼럼니스트에게 욕설을 섞어 비난하며 ‘옛날에 그렇게 국가원수를 모독하면 구속됐을 것’이라고 했는데, 자기 자신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있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박근혜=귀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과정부터 희화화되곤 했다. 특히 민중미술 계열의 홍성담 화가가 그린 ‘박근혜 출산 그림’ 논란이 컸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보이는 아이를 출산하는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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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8대 대선 당시 민중미술가 홍성담 화백이 평화박물관 ‘유신의 초상전’에 전시한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평화박물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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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엔 양승조 당시 민주당 의원(현 충남도지사)이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암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한 것은 언어 살인이며, 국기 문란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대통령 위해를 선동ㆍ조장하는 무서운 테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의원총회에서 양 의원 사퇴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고 윤리위에 의원직 제명안을 제출했다. 그러자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으로 이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받아쳤다.

같은 해 7월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만주국의 귀태(鬼胎ㆍ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른바 '귀태' 논란이다. 파장이 커지자 홍 대변인은 이튿날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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