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가 말한 ‘국가원수모독죄’는 이미 31년 전 폐지된 법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모독 논란은 공수만 바뀌었을 뿐 정부마다 반복돼왔다.
◇“김대중=암(癌)”
빈민ㆍ노동 운동가 출신으로 ‘양 김’(김대중ㆍ김영삼) 퇴출을 주장해 온 제정구 전 한나라당 의원이 1999년 폐암으로 사망하자, 당시 이부영 의원은 “제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때문에 억장이 터져 ‘DJ 암’에 걸려 사망했다”고 말했다.
1998년 6월 8일 서울지검 공안1부에 소환되는 김홍신 당시 한나라당 의원(가운데). 김 의원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고 말해 모욕죄로 기소됐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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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등신 외교”
2003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이 오찬을 겸한 회담장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가운데)·이상배 정책위의장(왼쪽)과 건배하고 있다. 이상배 의장은 같은해 6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외교를 "등신 외교"로 표현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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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즉각 “정상외교 중인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망언은 국가원수와 국민에 대한 있을 수 없는 모독”이라고 브리핑했다. 이상배 의장은 이튿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거듭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사과했다.
2004년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이 출연한 연극 ‘환생 경제’가 논란이 됐다. 노 대통령을 풍자한 이 극에선 ‘노가리’ ‘육실헐 놈’ 등의 단어가 튀어나왔다.
이즈음 인터넷 카페 붐이 시작하며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가 번져 나가기도 했다. '대통령 비하'가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이런 흐름은 국어사전 등재로 이어졌다. 2007년 한글날을 앞두고 국립국어원은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를 발간했는데, 책엔 ‘놈현스럽다’(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 ‘노짱’(노 대통령을 속되게 이르는 말), ‘노비어천가’(노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것) 등을 수록했다.
이에 청와대는 "‘놈현스럽다’는 국가원수 모독으로 볼 수 있다”는 대변인 공식 브리핑을 냈다.
◇“이명박=쥐박이”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시위대가 광화문 거리에서 만든 이명박 대통령 현수막. [커뮤니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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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야당인 민주당도 이에 합세했다. 특히 2009년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천정배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국민주권을 짓밟은 쿠데타 정권”이라며 “쥐박이ㆍ땅박이ㆍ2MB”라는 말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이에 김효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쿠데타가 뭐냐, 화장실에서 가서 귀를 씻고 오고 싶은 심정. MB에게 표를 던진 우리 국민이 쿠데타 세력이냐”고 반발했다.
천 의원은 1년 후인 2010년 12월에도 ‘이명박 독재 심판 결의 대회’를 열고 “이명박 정권 헛소리 개그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겠나. 응징해야 하지 않겠나.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막말을 뱉었다. 민주당 개혁특별위원회는 공식 블로그에 MB를 쥐에 비유한 홍보 만화를 올려놓기도 했다.
이에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천 의원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비판 칼럼을 쓴 일간지 칼럼니스트에게 욕설을 섞어 비난하며 ‘옛날에 그렇게 국가원수를 모독하면 구속됐을 것’이라고 했는데, 자기 자신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있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박근혜=귀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민중미술가 홍성담 화백이 평화박물관 ‘유신의 초상전’에 전시한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평화박물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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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엔 양승조 당시 민주당 의원(현 충남도지사)이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암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한 것은 언어 살인이며, 국기 문란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대통령 위해를 선동ㆍ조장하는 무서운 테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의원총회에서 양 의원 사퇴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고 윤리위에 의원직 제명안을 제출했다. 그러자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으로 이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받아쳤다.
같은 해 7월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만주국의 귀태(鬼胎ㆍ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른바 '귀태' 논란이다. 파장이 커지자 홍 대변인은 이튿날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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