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 ‘공시송달’ 통해 재판 재개하기로
일본 정부가 2년 넘게 접수를 거부해온 일본군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한국 법원이 ‘공시송달’의 방식으로 재판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사이 소송을 낸 ‘위안부’ 피해자 11명 중 5명이 숨졌다.
일본군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유석동)는 지난 8일 일본국 정부에 손해배상 소송 소장과 소송안내서 번역본을 공시송달했다고 12일 밝혔다. 공시송달은 당사자 주소를 알 수 없거나, 당사자가 서류 접수 등을 거부할 때 소송 서류 등을 법원 누리집 등에 일정 기간 게시하면 소송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공시송달은 민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두달 뒤인 5월9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법원 관계자는 “소송 서류를 당사자에게 직접 교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이런 방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공시송달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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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1명과 이미 숨진 피해자(6명)의 유족 등 20명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생활을 강제해 막대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입었다”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소장이 법원에 접수된 지 2년3개월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재판은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연거푸 소송 서류 접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일본 법원에 소장이 전달돼야 한국 법원에서 민사소송이 시작될 수 있다.
소송 서류는 국제민사사법공조 등에 관한 예규에 따라 ‘한국 법원 → 법원장 → 법원행정처 → 한국 외교부 → 주일 한국대사관 → 일본 외교부→ 일본 법원’의 경로를 거쳐 일본 쪽에 전달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2017년 4월과 8월에 이어 지난해 11월 법무대신 명의로 “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며 소송 서류 접수를 재차 거부했다. 일본 정부가 재판을 거부하는 사이 소송을 낸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이상희(2017년), 안점순·김복득(2018년), 김복동·곽예남(2019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로 재판이 길어지는 사이 고령의 피해 할머니들이 돌아가셨다. 국제협약을 무시하고 송달을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국제법 위반이다.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자세로 재판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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