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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지역 관공서 전기설비 담당 갑질이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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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ㆍ골프접대 다반사에다 계약금액 최고 20% 커미션 요구” 주장 제기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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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관공서 전기 자재 구매ㆍ설비와 관련, 담당자들의 횡포로 사업을 접었다는 주장(2월28일자 16면)이 제기된 가운데 유사한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기업 육성이라는 수의계약 관행이 기술이나 가격 같은 객관적 경쟁력보다는 친분이나 접대 중심의 ‘관행’을 낳고, 이 때문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악습은 접대 및 커미션 요구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아예 사라진 줄 알았던 악습이 일각에선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조명업체 A대표는 “대구지역 한 관공서가 발주한 LED조명공사를 수주했는데, 담당공무원이 20%의 커미션을 요구해 줄 수밖에 없었다”며 “이 분야 영업이익이 통상 20% 정도인데, 수익금 전액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곳에서는 사업 형태가 갑자기 변경된 경우도 있는데, 결국은 뒷돈 문제가 얽혀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업자들은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커미션이나 교통비, 접대골프 등은 다반사라고 주장했다. 커미션은 20%는 아니더라도 7~10%를 요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사를 마친 뒤 검수 과정에서 교통비는 관례이며, 이런 돈은 대부분 대표이사의 가지급금으로 회계 처리한다는 설명이다.

B씨는 “사정이 이러하니 기술개발보다는 접대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며 “경북지역 한 지자체 담당공무원이 ‘경북도 환동해본부에 영업을 해 주겠다’고 해 만났더니 감당하기 어려운 커미션을 요구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금품수수는 처음엔 ‘인사’ 정도로 시작해 나중엔 ‘생계비’ 명목으로 공공연하게 현금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며 “정작 이런 흙탕물과 거리를 두고 임무에 충실한 공무원은 되레 승진에서 밀리는 등 불이익을 겪는 일도 직접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는 대구지역 한 담당공무원이 전기 관련 업자를 술자리에 불러내 술잔을 던지는 등 횡포를 부려 보다 못한 술집 사장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찰 조사에서 문제의 공무원 2명은 술값을 나눠냈고, 업자와 화해했다고 진술했다. 동석한 업자도 대구시 감사 과정에 뒤탈을 우려해 문제 공무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8년간 LED관련 사업을 하다 접었다는 C씨는 “견적서를 내고 사업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정식 계약도 하지 않았는데 미리 커미션을 요구하는 일도 있고, 이를 거부하면 각종 이유를 대 사업에서 배제하곤 했다”며 “이는 지자체뿐 아니라 일부 고등교육기관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 때문에 지역 한 지자체 담당 부서는 전 과장이 비리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했고, 후임자도 중도사퇴위기를 맞았지만 쉬쉬하며 덮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에 대해 해당기관 한 책임자급 간부는 “과거에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김영란법 시행 후 담당공무원들은 업자에게 차 한잔 얻어 마시는 일도 없을 정도로 투명한 행정을 펴고 있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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