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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미사일 쏘려는 걸까, 트럼프 압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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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 방향 가늠할 ‘동창리 발사장 재건 움직임’

‘대북 제재 유지’ 실망감 표명 해석

실제 발사 땐 트럼프 정치적 타격…김정은, 경제 개발 포기 안 할 듯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재건 움직임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관계 방향을 가늠할 주요 관심사로 등장했다. 탄도미사일이나 위성용 로켓 발사 여부는 북·미대화의 모멘텀 유지 가능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와 언론은 연일 북한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동창리 발사장 재건 움직임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만약 시험(발사)을 본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사흘 연속 ‘실망’이란 말을 꺼냈다. 그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도 견지했다.

앞서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6일 디지털 글로브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고 7일 밝혔다. CNN과 공영라디오 NPR은 8일 디지털 글로브가 지난달 22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미사일 또는 로켓 제조시설이 위치한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 활발한 활동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NPR에 “종합해 보면 북한이 로켓을 만드는 과정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NPR은 산음동에 정차한 열차의 목적지가 동창리 발사장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북한 움직임이 실제 발사 수순인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지켜보자”며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AP통신은 “일부 전문가들은 시험발사 준비 신호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실망감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전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압박 메시지이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재자가 되어달라’며 보내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는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서로를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연일 제재 유지는 물론 강화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북한의 동창리·산음동 움직임은 이런 미국에 대한 맞대응 압박 카드일 수 있다.

실제 시험발사가 이뤄진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관계 개선은 물론 제재 완화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어서 시험발사 카드를 뽑아들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 결렬에도 대화 국면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핵·미사일 시험발사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축소라는 ‘쌍중단’ 조치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시험발사로 상호신뢰가 무너진다면 트럼프 정부는 강경 입장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북한의 선택에 따라 북·미가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지, 다시 충돌 국면으로 돌아갈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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