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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노딜이냐 연장이냐…英브렉시트 `운명의 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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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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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이냐, 합의 없는 노딜이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가 불과 2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영국 하원이 이번주에 최대 세 차례 표결을 통해 브렉시트 향방을 결정하는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EU와 합의 없이 이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EU 탈퇴)'가 현실화할지, 아니면 의회가 막판 극적 연장에 합의해 시간을 벌지가 결정된다.

지난 1월 영국 하원에서 진행된 첫 번째 승인투표에서 역사적인 표차로 부결된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이번에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번 영국 정치권 선택이 브렉시트 향방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영국 하원은 12일(현지시간) 브렉시트 2차 승인투표를 실시한다. 지난 6일 영국 정부는 EU와의 협상 난항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국 하원은 1월 브렉시트 1차 승인투표를 통해 브렉시트 합의안을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했다. 브렉시트의 가장 큰 쟁점인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가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대 100표 차이로 부결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2차 승인투표가 다시 부결되면 다음날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표결이 진행된다. 이날 투표에서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하면 영국과 EU가 2020년 말까지 21개월간 브렉시트를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전환 기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자유롭게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보장되던 EU와 영국 사이에 '국경선'이 그어지는 것이다.

다만 영국 하원에서는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보수당에서조차 경제적 충격을 우려한 나머지 노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이가 소수인 만큼 사실상 이날 투표에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마저 거부하면 14일 브렉시트 연장을 두고 투표에 들어간다. 만약 영국이 브렉시트 연장을 EU에 요청하면 EU는 이에 대해 오는 7월까지 결정해야 한다. 유럽의회 선거 이후 새롭게 선출된 의원들이 자리를 넘겨받는 시점이 7월이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타야니 유럽의회 의장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더라도 최대 7월 초까지만 가능할 것이라고 9일 전망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지난달 26일 브렉시트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는 단 한 차례만 가능하며 기간도 6월 말을 넘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의회는 오는 5월 23~26일 선거를 통해 차기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하며 선출된 의원들의 임기는 7월 초에 시작된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인해 이번에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영국 의원 몫을 선출하지 않는다.

문제는 3개월 정도 브렉시트 시점을 뒤로 미루더라도 이 기간에 영국과 EU 간 합의안이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새로운 선택지가 없는 브렉시트 기한 연장은 결국 불확실성을 높일 뿐"이라고 영국을 압박했다. 또한 브렉시트 연기에는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EU 측에서는 2~3개월 연장으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만큼 아예 2020년 말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브렉시트 기한이 연장되면 제2 브렉시트 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영국 제1야당 노동당은 브렉시트 연기 기한을 이용해 제2 투표를 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6년 한 차례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상황에서 재투표를 통해 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하자는 주장은 민주주의 절차를 거친 의견을 뒤엎는 꼴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브렉시트의 난맥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영국 집권 보수당 지도부가 9일 EU가 브렉시트와 관련해 내놓은 양보안이 북아일랜드를 다르게 취급해 영국의 통일성을 저해한다면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브랜던 루이스 보수당 의장은 이날 BBC 라디오에서 "우리는 영국의 통일성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가 전날 제시한 제안은 영국의 통일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지난 8일 브렉시트 협상에서 논란이 되는 '안전장치(Backstop)'와 관련해 영국에 EU와 합의하지 않고 EU 관세동맹을 탈퇴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북아일랜드는 다른 EU 회원국과의 세관검사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EU 무역권에 남아 있게 된다. 안전장치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의 '하드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별도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지금까지 영국 의회는 이 조항 때문에 영국이 관세동맹에서 일방적으로 발을 뺄 수 없다며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 처리했다.

브렉시트 발효일은 다가오는데 해결책은 보이지 않자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만약 2차 승인투표를 통과시키지 못하면 영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하원의 2차 브렉시트 승인투표 가결을 촉구했다. 영국에 유럽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은 브렉시트를 대비해 영국 철수를 결정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브렉시트를 앞두고 영국 주민들 사이에서 저렴한 와인을 구매하러 프랑스로 떠나는 '원정 사재기'가 유행하고 있다. 식료품·생필품 부문에서도 사재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서 소비되는 음식 중 약 3분의 1이 EU 지역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브렉시트 여파는 음식 가격과 직결된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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