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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협상장 나오라"는 트럼프…김정은 '장고' 언제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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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상헌, 권다희, 최태범 기자] [the300] 2차 회담 합의무산 9일째...北동창리 복구·美제제강화 '기싸움'...대미 메시지 시간 걸릴듯

머니투데이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28일 SNS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작별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SNS) 2019.2.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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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이 두 번째 만남에서 빈 손으로 헤어진 지 9일째다. 후속 협상은 아직 기약이 없다. 합의 무산 후 서로를 압박하는 기싸움만 확전 양상이다. 다행인 건 협상 동력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다. '루비콘 강'은 건너지 않으려는 신중함이 양쪽에서 느껴진다. 다시 만나 담판할 생각이 있다는 방증이다.

'하노이 노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언제든 준비가 돼 있으니 다시 협상하자"는 것이다.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대화하는 데 있어 확실히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수주일 내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길 희망한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는 메시지도 발신했다.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려는 강온 양면 전략이다. 미 국무부 고위 관료는 같은 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2021년 1월) 내에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할 것"이라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물론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협상 목표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시한까지 제시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심하고 조속히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얘기다.

대북 협상의 지렛대인 제재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뚜렷하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가장 약한 고리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을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고위 관리는 "비핵화까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제재가 강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제재 강화를 검토할 수 있다던 볼턴 보좌관 발언의 연장선이다.

김 위원장은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차 회담 여드레 만인 8일에야 결렬 사실을 처음 언급했다. 논평의 형식을 빌어 "내외는 회담이 뜻밖에도 합의문이 없이 끝난 데 대해 미국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한결같이 주장하며 아쉬움과 탄식을 금치 못해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 책임을 돌리면서도 "조미 관계가 하루속히 개선되기를 온세계가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고 했다. 거친 대미 비난은 찾아볼 수 없는 절제된 반응이다.

주목할 만한 건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시험 발사장의 복구 움직임이다. 국가정보원은 시설 가동 징후를 감지해 최근 국회에 보고했다. 미 씽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상업·민간 위성을 분석해 '정상가동 상태'(normal operational status)로 복구됐다고 진단했다. 동창리 발사장은 북한이 1차 북미 회담 당시 폐기를 구두 약속했던 곳이다. 지난해 7월 해체 작업을 시작했다 중단한 후 약 8개월 만인 최근 사실상 원상 복구됐다는 것이다.

동창리 시험 발사장 복구와 북미 회담 합의 무산의 연관성은 현재로선 확실하지 않다. 복구 징후가 포착된 건 하노이 회담 이전인 2월 중순쯤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실망스럽냐"는 기자의 질문에 "약간 실망이다"라면서도 "1년 뒤쯤 알려주겠다"고 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실망스럽다"는 표현을 썼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속내가 읽힌다.

국무부 고위 관료는 "북한의 최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의 상당수는 사실 동창리 밖 이동 발사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동창리는 현시점에서 북핵 인프라의 핵심은 아니다"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동창리는 최종 테스트 목적과 김 위원장의 참관 장소로서의 상징성이 큰 시설"이라며 "핵심 테스트는 평양 산음동 등 다른 곳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북한의 특정 의도가 개입돼 있다손치더라도 동창리 이상 징후만으로 김 위원장의 비핵화·협상 의지를 속단하긴 이르다는 얘기다. 결국 김 위원장이 언제, 어떤 선택을 할지가 핵심 관건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았다. 협상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후속 협상 전략을 짜는 데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상헌, 권다희, 최태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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