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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트럼프, 김정은에 빅딜 문서 줬다”…‘한 방’에 매달리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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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재등장한 볼턴 “생화학무기 포기도 요구” 회담 전말 전해

실무 협상안 제쳐두고 ‘일괄타결’ 선택에 강경파 볼턴 역할론

트럼프 “코언 청문회도 영향”…폼페이오 “북, 대화할 준비 돼”



경향신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월18일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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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빅딜’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했다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미국이 단계적 해결보다는 북한이 거부해온 일괄타결 입장을 전면에 등장시키면서 북·미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CBS·폭스뉴스·CNN에 잇따라 출연해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문도 없이 끝난 전말을 전했다. 그는 폭스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즉 비핵화를 계속 요구했다. 핵과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다”며 “하나는 한글, 하나는 영어로 된 문서 두 개를 건넸다”고 밝혔다. 상응조치에 대해선 “당신(김 위원장)이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좋은 위치의 부동산을 갖게 된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CBS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빅딜을 수용하도록 설득했지만 그들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노후화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분이 포함된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매우 제한적인 양보의 대가로 실질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나쁜 거래보다는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면서 “미국의 국익이 보호될 때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라고 회담 결과를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정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 종류의 행동 대 행동 타협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누차 말했다”고도 했다. 또 “협상의 시한은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수준에서 협상을 계속하고 적절한 시점에 김정은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미 실무협상 재개 의지를 밝혔다.

그는 대북 협상의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해 “최대의 압박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며 “북한은 비핵화할 때 제재 해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회담 결렬 직후 ‘북한은 기존 입장에서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북한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충돌을 피하고 대화의 여지를 남기려 노력했다.

볼턴 보좌관의 설명은 미국이 ‘한 방 해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실무진의 협상안을 제쳐두고 일괄타결을 고집했다. 양측이 영변 핵폐기와 상응조치를 조합하는 데 실패한 측면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에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를 꺼낸 게 회담 결렬의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는 의미다.

게다가 미국은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하게 정의된 비핵화”를 요구하며 협상의 턱을 최고로 높였다. 마이클 코언 전 개인 변호사의 청문회 증언 등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거는 일괄타결을 시도해보고 안되면 걸어나오기로 계획을 세웠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코언 청문회가 “정상회담에서 걸어나오게 하는 데 기여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이 회담 무산을 기다렸다는 듯 전면에 다시 등장한 점도 주목된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협상 결과를 무시하고 빅딜 카드를 선택하도록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볼턴 보좌관이 대북 정책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위기에 봉착한 북·미 협상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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