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결렬의 예술, 트럼프 유혹 뿌리치고 노딜 선택"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결렬의 예술". 미 전문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취한 선택을 이렇게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반의 예상과 달리 '나쁜 딜이 노딜보다 더 나쁘다'는 격언을 따랐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DC 소재 안보, 정보 지도자 양성기관인 '대니얼 모건 국가안보대학원'(DMGS)의 토머스 사인킨 부학장은 2일 내셔널인터레스트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곤경으로부터의 회피 ▲ 지금까지 대북 협상에 투입한 자신의 정치적 자산 ▲ 역사적 업적 달성과 노벨상 수상 기대 등의 커다란 '유혹'에도 불구하고 일반의 예상과 달리 북한과의 타협을 거부하는 현명한 수순을 밟았다고 평가했다.

제네바군축협상 차석대표를 지낸 직업외교관 출신의 사인킨 부학장은 하노이 협상을 무산시킨 '딜 브레이커'로 미국에 의한 광범위한 제재해제를 고집한 북한의 완강한 태도를 지적하는 등 하노이 회담의 경위와 의미를 정리했다.

김정은 위원장 떠난 후... (하노이=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북미정상회담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였던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 앞 도로에 통제가 풀려 3일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2019.3.3 jjaeck9@yna.co.kr

북한은 유엔안보리가 취한 11개의 제재 가운데 5개의 해제를 요구했으나 이를 수용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구사해온 성공적인 최대한의 대북압박 캠페인에 치명타가 되는 것으로 대북압박은 '물 건너가는'(game over) 셈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낸 동력이 제재를 통한 최대한의 압박 작전인데 사실상 북한이 이의 해체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북한은 이의 대가로 영변 핵물질 생산시설과 원자로 및 플루토늄 재처리시설폐쇄를 제의했으나 실험용 경수로와 트라이튬(삼중수소) 추정 생산시설은 포함되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은은 비밀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의 폐쇄에는 동의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설사 김정은이 이를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그동안 미국 협상가들이 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CVID)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인킨은 결국 하노이 회담은 '북한이 그동안 점진적이고 가역적인 조치를 내세워 미국으로부터 불가역적인 양보를 얻어내려고 시도해온 유사한 역사적 패턴의 가장 최근의 국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하노이에서 종전선언이라는 탄환을 피해갔다면서 종전선언이 비록 공식적인 평화협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정치적 파장은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종전선언은 북한이 관련 논의를 통제하고 제재해제의 동력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추가적인 제재강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미군사훈련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압력이 가중할 것이며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인킨 부학장은 하노이 협상의 결렬로 현재로서 3차 정상회담의 전망은 요원해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쁜 합의'를 포기한 것은 역시 실패로 끝난 지난 1986년 레이건-고르바초프 간 미-소 정상회담을 상기케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레이건 미 대통령은 미국의 핵전력 제한에 대한 소련의 요구를 거부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다음 해 역사적인 중거리핵전력(INF)조약 체결로 이어지는 획기적인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사인킨 부학장은 마찬가지로 하노이 회담이 북한의 내부 검토에 충분한 현실감을 불어 넣어 보다 유연한 태도로 다음 협상에 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j378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