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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트럼프 “뮬러는 선출되지 않은 사람”…특검 보고서 대비 선제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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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합의 실패 후 첫 대중 연설

2시간 넘게 취임 후 가장 긴 연설

“뮬러는 한 표도 받지 않은 사람”

특검 보고서 대비 미리 신뢰도 깎기

“대선 후보 때 연설 모습 같아”

보수 지지층에 직접 ‘도와달라’ 호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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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시간 넘는 즉흥 연설로 불리한 상황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과시했다. 특히 20개월 넘는 수사 끝에 곧 보고서를 내놓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게 선제공격을 가함으로써 러시아 게이트를 ‘정쟁 프레임’으로 돌파하려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 행사 연설에서 뮬러 특검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며 수사와 그 결과의 정당성에 미리 흠집내기를 시도했다. 그는 “(특검) 보고서를 기다리는데, 우리가 누구를 상대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선출되지 않은 사람들이 만든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자리에 잘못된 사람들을 앉혔으며, 거기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에게 너무 긴 시간을 줬다. 이제 그들이 갑자기 허튼소리를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뮬러는 한 표라도 받은 사람이 아니고, 그를 지명한 사람도 마찬가지”라며 “뮬러는 이 나라 역사상 가장 화가 많이 난 민주당원 13명을 수사팀에 영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 결과가 나올 것에 대비해 미리 특검의 신뢰도에 먹칠을 하고,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정치적 수사’라는 여론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또 스스로를 ‘디프 스테이트’(막후에서 미국을 좌우한다는 엘리트 집단)에 맞서는 인물이라고 강조하며, 대선 때 표를 준 보수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지켜달라고 호소한 셈이다. 그는 자신이 쫓아낸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뮬러 특검이 “아주 친한 친구”라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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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을 기소한 뮬러 특검팀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때 그의 ‘해결사’ 노릇을 했던 마이클 코언이 의회에서 불리한 폭로를 한 게 그를 더욱 사지로 몰아넣었다. 코언은 수사의 핵심인 러시아와의 공모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측근 로저 스톤을 통해 위키리크스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 쪽 해킹 이메일 폭로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수 있다면 제발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을 구해달라. 제발, 러시아, 제발’이라고 농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6년 6월 기자회견 때 “러시아가 사라진 이메일 3만개를 발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검 조사에서는 트럼프 당시 후보가 이 말을 한 날 러시아 쪽이 힐러리 후보의 이메일 서버 해킹을 처음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광설과 거친 표현으로 유명하지만 이번 연설은 두 가지 면에서 기존 연설들과 다르다. <시엔엔>(CNN)은 연설 시간이 2시간2분17초로 취임 이래 가장 길었다고 전했다. 또 원고 없는 즉흥 연설로 “미친”, “더러운”, “제기랄” 같은 비속어를 여느 때보다 많이 썼다. 민주당을 향해 “사회주의자들”이라며 색깔론을 펴는 등 정적들과 공화당 내의 비협조자들, 금리를 놓고 시각차가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까지 비난했다.

북-미 합의 무산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인터넷 매체 <복스>는 2015년 대선 운동을 시작할 때 같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유세 때처럼 성조기를 껴안거나 가볍게 춤을 추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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