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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재선 막겠다" 거센 여풍···대선 뛰어든 트럼프 저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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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거물급 女후보 ‘최다’…‘노익장들’도 복귀

‘반트럼프’ 정서 확산에 신예까지 도전장

역대급 여풍, 돌아온 샌더스…'빈손' 트럼프, 재선 가도도 험로


세기의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귀결되면서 이 성과를 토대로 2020년 재선가도를 탄탄히 다지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상이 차질을 빚게 됐다. 여기에 그의 개인 변호사였다가 '변심'한 마이클 코언 청문회 후폭풍까지 맞물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 입지가 좁아드는 양상이다.

게다가 그의 재선을 막겠다며 차기 대선에 도전장을 내민 저격수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출마 선언이 임박한 후보까지 포함하면 20명 가까이 된다. ‘반트럼프’를 기치로 내걸고 나선 후보자들의 세 가지 포인트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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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 대선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후보들. [타임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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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역대 최다 여성 등판=“치명적인 도전은 그(트럼프)를 퇴진시키기 위해 대선에 뛰어드는 여성의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CNN의 보도처럼 주목할 건 지난해 중간선거에 이은 ‘여풍(女風)’이다. 상·하원에서 거물급 여성 후보자들 5명이 나왔다. 역대 최다다. 상원의 엘리자베스 워런(70·매사추세츠)을 선두로 키어스틴 질리브랜드(53·뉴욕), 카말라 해리스(55·캘리포니아), 에이미 클로버샤(59·미네소타) 등과 하원의 털시 개버드(38·하와이)다. 정치 초보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신뢰를 받는 유명 영적교사이자 12권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 마리안 윌리엄슨(6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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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의 시더래피즈의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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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힐러리 클린턴이 후보로 나설 때도 당내 여성 경쟁자는 없었다. CNN은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중대 위협”이라고 했다. 가장 주목받는 잠룡 중 한명인 워런 의원은 출마를 선언함과 동시에 앙숙인 트럼프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언급하는 직격탄을 날렸다. “2020년 트럼프는 자유인(a free person)이 아닐 수 있다”면서다. 인디언 혈통을 주장해 온 그를 트럼프는 ‘포카혼타스’라 조롱해왔고, 워런은 성·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에 “역겹다” “자격이 없다”고 맞서왔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저명한 법학자 출신으로 클린턴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는 등 당내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비영리 정치감시단체인 오픈시크릿츠에 따르면 워런은 중간선거 때 3500만 달러(약 395억원)를 모금했는데 80%가량은 200달러 미만 기부자로부터 나왔다. 밑바닥 지지 기반이 그만큼 견고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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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모교 하워드대학에서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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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출신인 해리스 상원의원에겐 ‘유색인종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카리스마 넘치고 언변가로 통한다. 인도계 흑인 혼혈이라는 점이 다양성을 강조하는 민주당 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최근 3개월간 해리스에 관한 기사는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공유 등 1650만건의 상호작용을 일으켰다”며 “여론과 관심의 바로미터“라고 전했다.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정치권 내 성폭력 고발에 앞장서는 등 여성의 권익 증진 노력을 적극 지지해오며 지명도를 높였다. 뉴욕주에서 클린턴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검사와 기업 변호사 등을 거친 클로버샤 의원은 민주당 내 온건파로 통한다. 2016년 대선 접전지역이었던 중서부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트럼프가 두려워해야 할 후보”(뉴욕타임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원의 개버드 의원은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베테랑 출신으로 현재까지 후보 중 가장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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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 [트위터 캡처]


여풍이 거센 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 여성의 정치참여가 늘어난 데다 반트럼프 정서가 확산해서다. 민주당 여론전문가 셀린다 레이크는 “트럼프가 분명한 촉매제가 됐다”며 “많은 사람, 특히 여성이 ‘그가 당선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CNN은 여성 후보군이 여성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라며 트럼프의 재선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진다고 전했다.

다만 힐러리의 충격적 패배 탓에 또다시 여성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당에 부담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보다 힐러리가 넘어야 할 산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 패배의 망령이 아직도 일부 민주당 인사들과 유권자를 괴롭히고 있다”고 썼다.

②‘노익장’ 헤비급 후보=진보계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버니 샌더스(78·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77) 전 부통령이 또 다른 중요 변수다. 두 후보는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선두를 달렸다.

샌더스 의원은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소액 후원이 줄을 이어 24시간 만에 22만명 넘는 이들로부터 약 600만 달러(약 67억4800만원)를 모았다. “전례 없는 풀뿌리 운동으로 나를 지지해달라”는 호소에 많은 이가 응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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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왼쪽)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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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2016년 대선 당시 첫 24시간 동안 모금한 액수보다 100만 달러나 많다”며 “민주당 경쟁자들이 밝힌 액수보다 수백만 달러가 더 많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27달러(1인당 평균 후원액)의 기적이 이뤄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과거 경선에서 샌더스 의원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부자와 기업이 후원하는 슈퍼팩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시민들의 폭발적 지지를 얻어 ‘샌더스 열풍’이란 말이 나왔다.

고령인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악시오스는 “오늘날의 민주당은 젊은 에너지가 지배하고 있다. 밀레니얼이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연령층”이라고 썼다. “1828년 이래 3명의 민주당 대통령만이 취임 당시 60대였고, 역대 평균 연령은 52세”라는 것이다.

NYT는 과거 그가 민주당의 주요 기반인 흑인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민주당에서는 ‘제2의 오바마’라 불리는 코리 부커(50·뉴저지) 상원의원과 해리스 의원 등 2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도 출사표를 냈다.

바이든도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16년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을 약 5개월가량 앞두고 장남 보 바이든이 뇌종양으로 사망하면서 출마를 접었다. 더힐에 따르면 투표가 가장 먼저 치러지는 지역 가운데 하나인 동부 뉴햄프셔주 민주당 유권자들은 바이든을 가장 유력한 민주당 후보로 보고 있다. 메사추세츠 엠허스트 주립대의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28%의 지지를 받아 1위였다. 다만 NBC방송은 정치적 공격과 차남 헌터의 이혼 등 가족문제가 그의 출마를 망설이게 할 요인이라 전했다.

③기업가 ‘제2 트럼프’ 노리나=하워드 슐츠(66)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평생 민주당원을 자처해왔지만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당에 충격을 줬다. “트럼프 재선을 돕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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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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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 마이클 블룸버그(77) 전 뉴욕시장도 곧 결단을 내릴 전망이다. 출마할 경우 대선에 최소 5억 달러(약 5620억원)를 쓸 계획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부동산 재벌 출신의 트럼프가 쏟아부었던 것보다 2000억원 가까이 많은 것이다. 폴리티코는 “천문학적 선거자금을 투입하는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것”이라고 썼다. 전문가들은 이 액수가 경선 시 중요한 여러 주(州)의 프라임 타임 텔레비전 광고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정치 경력이 일천한 대만계 기업가 앤드류 양(44)도 눈여겨볼 만하다. ‘벤처 포 아메리카’ 창업자인 그는 로봇화로 직업을 잃은 모든 시민에 매달 1000달러(약 112만원)를 주겠다고 공약해 젊은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가 아웃사이더로서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쳤던 것 같은 효과를 노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명도가 높고 자금이 풍부해 정계 진출에 유리한 데다 ‘트럼프도 하는데 더 성공한 나도 할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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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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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후보 풍년은 트럼프의 지지부진한 지지율이 영향을 줬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 경선이 과열되고 무소속 후보들까지 난립하다 보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어부지리’로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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