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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북·미 ‘하노이선언’ 무산]국내 정치 궁지 몰린 트럼프 역풍 피할 완벽한 합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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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없는 귀국 배경

대선 악재 차단할 빅카드 불발

미 대북비관론자들, 긍정 반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고 귀국길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제재 해제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입장차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 고려도 중요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 타결 가능성에 줄곧 낙관적 전망을 내놨지만 미국 내에서는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정보수장인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까지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생산능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양날의 칼’이었다. 성공한다면 국내의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고, 2020년 재선에서 내세울 역사적인 외교적 성과가 될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더욱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미흡한 비핵화 카드를 받았다가는 정치적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이날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도 “항상 물러설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면서 “함부로 서명했다면 너무 끔찍하다는 반응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흡한 합의로 역풍에 휘말리는 것보다는 아예 합의하지 않는 게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합의 무산에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존 커비는 이날 CNN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위한 합의’는 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면서 “그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한 후 의회 권력의 견제는 극심해졌고, 러시아 게이트 특검의 보고서 제출도 코앞에 두고 있다.

당장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열린 이날 미국 언론의 주된 관심은 지구 반대편 워싱턴 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변호사 로버트 코언이 쏟아낸 증언이었다. 정상회담 순간에도 CNN 등은 “트럼프는 사기꾼이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코언의 증언을 생중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김 위원장의 만찬장에 펜기자의 취재를 불허한 것도 “민감한 질문” 때문이라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말했다.

하노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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