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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한미훈련 꼭 필요한건 아냐"…트럼프, 또 방위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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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北 2차 핵담판 결렬 / 협상결렬 후 한미동맹 ◆

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할 때마다 1억달러의 비용을 초래해 오래전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훈련 자체에 대한 언급이라기보다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차 미·북정상회담 합의 결렬 후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폭격기들이 괌에서부터 와야 하고 바로 옆이라고 하는데 7시간"이라며 "이렇게 수억 달러의 폭탄을 사용하고 돌아간다"고 한미훈련을 부정적으로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수억 달러를 군사훈련에 사용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조금 더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지원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돈을 많은 부유한 국가를 보호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데 그 국가들은 각자 보호할 수 있는 예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사훈련이 굉장히 비싸다. 그런데 꼭 (그 정도 비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한미연합훈련을 "값비싼 워게임"이라고 지칭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받은 질문은 북한과의 협상 결렬에 따른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의견이었다. 그런데 답변에서 또다시 비용 문제를 거론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1억달러가 드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군당국에 따르면 한미연합훈련에 드는 비용은 1년간 비용으로 700억~8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미는 매년 병력과 장비를 대규모로 동원하는 '독수리훈련' 이외에 크고 작은 훈련을 수시로 실시해왔다. 훈련당 1억달러가 들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폭격기 가운데 운용유지비가 가장 많은 B-2가 한반도 상공으로 1회 출격하는 데 연료비와 스텔스기 도료비 등 60억원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에서도 실제 폭발하는 폭탄을 사용하기보다는 훈련탄(더미탄)을 투하할 때가 더 잦은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풀려 말하면서 한국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에는 양국의 방위비분담금 특별조치합의(SMA)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상반기 중에 내년 SMA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앞두고 한국을 향해 비용 증액을 노골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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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훈련비용 지원을 구체적으로 예시했지만 한미 간 실무 차원의 합의에 어긋나는 내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말 한미는 SMA 협상에서 훈련 비용 중 한국이 내는 '작전지원항목'을 방위비 분담금 항목에 포함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미는 미·북정상회담 종료에 따라 3월 초로 계획된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시행할지를 곧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합훈련은 예전의 '키리졸브연습'을 대체하는 '19-1 연습'으로 오는 4일부터 실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지휘소연습(CPX)인 '19-1 연습'은 한미가 한반도 전면전을 상정해 진행한다.

한미 군당국은 연합훈련이 한미동맹의 근간인 연합방위태세 확립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측면에서 한반도 안보 정세와 무관하게 정상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은 올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검증의 첫 단계인 최초 작전운용능력(IOC·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전구급 지휘소 훈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도 작년 KR 연습 이후 10개월 이상 지휘소 훈련을 하지 않았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취임 이후에 대규모 연합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대비태세 유지를 위해서도 이번 19-1 연습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매년 3~4월 실시됐던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FTX)인 독수리(FE )훈련도 이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대대급 이하 연습으로 축소해 상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독수리 훈련은 후방지역 방호작전 수행능력을 배양하고자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훈련이다. 1961년 한국군 단독 비정규전 훈련으로 시작돼 1976년부터 연합작전과 연합특수작전 개념이 추가되면서 미군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한미는 훈련 일정과 훈련 시나리오를 변화하는 안보 상황에 부응하고자 대폭 조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19-1 연습 기간은 2주에서 1주로 단축하고, 2부 반격 연습은 하지 않는 등 축소 시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키리졸브연습은 1부, 2부로 나눠 2주가량 시행됐다. 올해 2부 반격 연습은 생략하되 1주일 훈련 기간에 'ROC-Drill'(작전개념 예행연습)과 같은 개념으로 '점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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