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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트럼프, 정치 궁지 몰리고…김정은, 경제제재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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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北 2차 핵담판 결렬 / 싱가포르회담 이후 9개월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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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 양국 정상은 지난해 6월 열렸던 1차 미·북정상회담 이후 260여 일 만에 재회했다. 약 9개월 만에 만난 두 정상은 첫 만남처럼 반갑게 서로를 맞이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들을 둘러싼 분위기는 1년 전과 사뭇 달랐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상황이 9개월 새 상당히 악화됐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하면서 "정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어려운 국내 상황에 직면해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를 알고 있고 충분히 이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에 하원을 내주면서 정치적인 위기를 맞았다. 하원이 민주당 주도로 넘어감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감독이 한층 강화됐다.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합의 불발로 인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은 진영·양당 간 대립이 가시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내홍 격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활동도 발목을 잡았다.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을 취소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모두 무산됐다.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최종 수사 결과 발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지난 한 해 견조한 성장을 보였던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부터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점도 2020년 있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비핵화 성과'를 정치적 돌파구로 삼아야 하는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협상에 임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움직임으로 인해 정신이 산만해져 정작 미·북 협상에 집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하노이 담판'을 대하는 미국 언론 태도 역시 싱가포르 회담과는 전혀 다르다. 회담 당일인 28일 뉴욕타임스(NYT)와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미·북정상회담 관련 기사 대신 코언 기사를 홈페이지와 신문 첫 면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도했다. 현장 프레스센터에서도 환호와 박수 등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 내에서 북한이 직접적인 위협이라는 문제의식이 사실상 사라진 데다 반(反)트럼프 정서가 커진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상황이 다소 나았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과 비핵화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그의 행보를 낙관적으로 보기만은 어렵게 됐다.

대외적으로 김 위원장 위상이 높아졌지만 계속되는 제재로 북한의 경제적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경제 행보도 두드러졌다. 지난 1월 4일 통일부가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 공개활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북한 내에서 김 위원장의 경제 부문 공개활동은 총 41차례로 전년(26회) 대비 58%나 증가했다. 대외·기타 부문 공개활동 횟수는 직전 연도 1회에서 지난해 28차례로 대폭 늘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제재 완화를 얻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회담 일정 전날인 26일 오전 일찌감치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산업시찰 등을 비롯한 대외 행보를 자제하고 호텔 내에서 회담 준비에 집중했다. 유일한 일정은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에 50여 분간 방문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데뷔한 것으로 평가된다. NYT는 "지난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은 핵실험 중지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대북 압력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새봄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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