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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또 승부수 띄운 트럼프…자존심 안굽힌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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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北 2차 핵담판 결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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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주요 관심 포인트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협상 스타일이었다. 두 정상의 협상 스타일은 이번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처음 대면하며 서로의 스타일을 터득한 이들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자신의 스타일 장점을 살리고, 상대방의 단점을 파고들면서 '밀당'을 벌였다. 겉으로는 대범하고 통 크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속으로는 자국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머리를 굴리는 모습도 엿보였다. 양국 정상의 통 큰 협상 스타일은 예상치 못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협상을 낭패로 몰고 가기도 할 만큼 진폭이 큰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번 하노이 협상에서는 이 같은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이들은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1946년생, 김 위원장은 1984년생으로 나이 차가 무려 서른여덟이나 난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막내아들뻘'인 셈이다. 몸집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키가 190㎝에 육박하는 장신인 반면 김 위원장은 170㎝ 정도로 크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전 세계 언론에 비친 이들 모습은 매우 대조적이었다.

외모와 달리 공통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하는 '승부사 기질'이다.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가능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승부사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승리를 추구하는 성과 지향적 스타일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공통분모다. 특히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과격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미·북정상회담이 마련되기에 앞서 양국 정상은 서로를 향해 '꼬마 로켓맨' '노망난 늙은이' 등 폭언을 주고받았지만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치켜세우며 남다른 '케미'를 보였다. 하지만 하노이 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그들의 협상 스타일도 빛이 바래게 됐다.

세상에 알려진 김 위원장의 이력이나 신상 정보는 단편적이지만 그동안 김 위원장을 만난 인사들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는 '형식'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실용적인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지난 22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매력적(charming)'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정말로 핵심을 짚어내고 기술적으로 아주 정통하며 긍정적인 방식으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 전 센터장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아들 김 위원장을 비교했을 때 김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훨씬 나은 협상 상대라고도 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그의 스타일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며 "두 사람을 비교해야 한다면 이 문제를 풀 상대로서 단연코 그의 아버지보다는 그와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이나 할아버지 김일성과 확실히 다른 모습은 스위스 유학파 출신으로 서구 문물을 일찍부터 접해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보다 거리낌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정치인보다는 부동산 사업가로 더 오랜 세월을 보낸 인물이다.

그래서 정치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명분'과 '형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행정부 관료들을 당혹하게 만드는 소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부친의 부동산 가업을 이어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어려서부터 '인생은 경쟁'이라고 교육받았다. 그 영향으로 그는 '노련한 사업가'로 미국을 대표하는 갑부 반열에 올랐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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