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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트럼프와 김정은의 자리배치·옷·넥타이···1차 때와 무엇이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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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핵 담판’이라 불린 제2차 북미 정상 회담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다. 북미 양국 실무진들은 의전을 위한 마라톤협상을 이어가며 행사 준비를 마쳤다. ‘행사의 절반은 의전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번 기사에선 2차 북미회담 사진에서 읽을 수 있는 의전을 들여다봤다. 일부 자료는 외교부 의전총괄담당관실에서 공개한 내용을 참조했다.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 의전에 대한 분석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배려하는 몸짓을 보이면서도 실리를 챙겼다는 평이다. 1:1 만남과 단독 회담에서 의전 서열 상석인 오른쪽을 북한에 내줬던 미국은 확대 회담과 국기(성조기)는 상석 배치를 하며 실리를 챙긴 바 있다. 의전에는 Respect(존중), Reciprocity(상호주의), Reflecting Culture(문화 반영), Rank(서열), Right(오른쪽)의 5R이 존재한다. 이 중 사진으로 가장 쉽게 드러나는 것이 Right(오른쪽), 즉 북미 두 정상의 위치다.

■ 장군 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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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날드 트럼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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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만찬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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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사진에서 읽을 수 있는 의전 코드는 ‘장군 멍군’이다. 서로 한 번씩 상석에 앉으며 균등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연출이 보인다. 첫 사진에선 지난 1차 때와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최자 역할을 하는 왼쪽에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상석인 오른쪽에 있다. 두 번째 사진은 그 반대의 상황이다. 주최자 역할을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상석인 오른쪽에 있다. 두 사진에서 국기의 상석은 미국 성조기가 차지하고 있다.

■ 막 오른 ‘세기의 핵 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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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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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28일 이번 회담 일정의 본 게임인 제2차 단독 회담 직전 두 정상이 대화하는 모습이다. 전날 두 정상이 만났던 장소에서 서로의 위치가 바뀌어있다. 양국 실무진이 상석인 주빈의 자리에 대해 50:50으로 서로 주고받는 협의를 했다고 할 수 있으나 여기서 읽을 수 있는 코드가 하나 있다.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두 정상이 만나 하는 단독 회담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본 게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석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양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많이 배려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옷도 의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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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제 2차 북미회담 단독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확대회담을 갖기 전 정원을 거닐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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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의 만찬과 회담 당일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했다. 줄무늬 넥타이는 미국의 케네디 전 대통령이 주요 토론이나 연설에서 즐겨 맨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리의 넥타이’로 유명하다. 전날 만찬에선 ‘결정과 권한, 권위와 힘의 의미’가 있는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고, 회담 당일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분위기,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한 파란색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한 1차 북미 회담 때와 같이 인민복을 입고 있다. 이번 베트남 여정에서 기차 이동을 택한 김 위원장의 노림수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닮고 싶어 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여기엔 북한 주민들의 향수를 자극해 내부 결속력을 다지려는 셈법이 들어 있다. 김일성 주석은 1958년 11월 첫 베트남 방문 때 중국 베이징, 우한, 광저우 등을 들리는 코스로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복장과 머리 모양도 할아버지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 후 김 위원장의 복장이 변화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틀에 걸친 정상회담은 끝나지만 김 위원장은 내달 2일까지 베트남에 머물며 친선 방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응우예 푸 쫑 국가주석을 비롯해 베트남 주력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인민복을 즐겨 입던 할아버지가 당시 호찌민 주석을 만날 땐 회색 양복을 입은 만큼 쫑 주석을 만날 때 김 위원장이 양복 패션을 선보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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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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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의 회담을 위해 양국 실무자들이 베트남에서 몇 주간 머물며 치열한 협상을 했지만 2차 북미 정상 회담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끝났다. 두 나라 혹은 다자간의 정상 회담엔 각국의 이익을 위한 수많은 장치들이 존재한다. 상대를 배려하며 실익을 챙기기도 하고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해 저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이번엔 각자의 주장이 서로를 설득하지 못했다. 자국에 이득이 되는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을 하는 정상회담 이곳저곳에 숨겨져 있는 ‘의전 코드’에서 정치가 읽힌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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