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1분위 무직자 증가…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키로
인구구조 변화 외 경기·정책 요인 나올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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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무직자'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달라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무직자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서 인구구조 외에 정책, 경기변동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실업에 상당부분 기여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는데, 지난해 4분기 소득지표 발표 이후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27일 "1분위(소득 하위 20%)의 무직가구 비중이 높아져 살펴볼 계획"이라면서 "이번 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받아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령대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등을 알아보겠다"고 덧붙였다.
기재부가 무직가구를 살펴보기로 한 것은 소득분배지표 악화의 상당부분이 무직가구를 포함한 근로자외 가구의 역할이 컸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1분위 무직가구 비중이 2017년 43.6%에서 지난해 55.7%로 12.1%포인트 증가했다.
무직가구 증가는 소득격차 확대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자영업자와 무직가구로 구성된 근로자외 가구의 5분위와 1분위 소득격차 배율은 10.7배로 2003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1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8만5001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22만9491원에서 크게 하락했다. 1분위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이 2017년 4분기 150만6248원에서 지난해 4분기 158만9332원으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근로자외 가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무직자 실태파악의 핵심은 정부의 주장대로 인구구조 변화가 실업 등에 큰 영향을 미쳤냐는 점에 모아질 전망이다. 학계와 민간기업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이 실업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5~65세 주요노동력 분석 결과 고용감소의 4분의1은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준 것"이라면서 "지금의 급격한 실업률 증가는 인구구조 측면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018 최저임금인상의 고용효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고용감소폭 가운데 27%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효과"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기재부가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서 연령대를 살피겠다고 한 것도 이런 학계의 주장에 신빙성을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무직가구에 대한 기재부의 달라진 분위기는 지난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발표 이후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도 감지됐다. 지난해 2분기 소득지표 참고자료에서는 "고령화, 업황부진 등에 따라 1분위 가구 무직자가 증가했다"고 표현했지만 4분기에는 소득분배 악화 원인을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취약계층 고용부진"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인구구조 변화와 별개로 취약계층의 고용부진을 지적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런 의도를 갖고 참고자료를 작성하지는 않았다"면서 "무직자 현황 파악을 위해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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