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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민노총, 경사노위 안나오고 결과에 반대만 하는건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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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장관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2013년 3월 차관을 끝으로 고용노동부를 떠났다가 지난해 9월 화려하게 복귀한 이재갑 장관(61)은 이후로 지금까지 집무실에 편히 앉아 있었던 기억이 없다. 고용부를 둘러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했기 때문이다. 경기와 고용지표 내리막길이 더욱 뚜렷해졌고, 올해 최저임금 역시 전년에 이어 두 자릿수 인상이 확정되면서 부처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진 상황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처럼 만만치 않은 사회적 대타협 과제들이 그의 몫이었다.

최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 장관의 눈꺼풀은 무거웠지만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산업 현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노사정의 지루한 힘겨루기 끝에 어렵게 극적 합의를 도출한 데 따른 감격이 가시지 않은 덕분이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각종 노동 관계 법률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이뤄지면 굵직한 현안을 연내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장관은 고용노동 정책의 결론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직무급 확대와 노동이행시장 활성화를 골자로 한 노동시장 유연화 비전은 물론 탈공간화, 탈시간화가 노동의 특징이 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극적으로 합의됐다.

▷우리 사회는 갈등이 많은 사회다. 이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는 우리 사회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 방안을 도출한 첫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노사단체 모두 합의를 이루겠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합의 도출을 끝까지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번 합의가 결렬되면 그다음에 풀어야 할 사회적 논의 의제도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계기는 뭐였나.

▷노사 양측이 양보할 분야에 대해서는 양보하고, 확보할 것은 확보하는 부분이 절묘하게 맞았다. 경영계 쪽에서는 노동시간 유연성 측면을 확보해야 했고, 노동계 쪽에서는 그 과정에서 우려되는 건강권 문제, 임금 보전 방안 문제가 전제돼야 했다. 양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양보하며 합의점을 찾았다.

―경영계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까지 확대하지 못해 아쉬워한다.

▷사회적 합의는 원안을 100% 달성하지 못한다. 단위기간을 1년까지 확대한다면 경영계 입장에서는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상황에서는 6개월 정도로 확대하면 서로 만족할 수 있겠다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노사 합의를 완화해달라는 문제는 노동계 입장에서 보면 악용 소지가 너무 많아 건드리지 못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이 이후 총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사회적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겠다 하면서 사회적 합의 결과에 반대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 민주노총도 경사노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더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탄력근로제 논의는 국회 입법으로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우려하는 것이 있으면 국회에서 논의하면 될 것이다. 국회에서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방법이라고 본다.

―광주형 일자리 확산과 정착을 위한 고용부의 역할은.

▷광주형 일자리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비롯한 각종 고용장려금을 지원할 것이다. 산단 근로자의 보육, 주택 임차와 통근버스 등 생활 인프라스트럭처 지원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모범 사례가 발굴되도록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 개발 컨설팅을 실시하고, 지역이 발굴한 모델의 사업화도 적극 지원하겠다.

―대법원에서 노동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정년 연장 목소리도 커질 전망인데 어떻게 대비할 예정인가.

▷이번 대법원 판결로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증가할 것이다. 다만 법정 정년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해관계자의 조정을 통해 입법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고용부는 정년 연장 논의에 앞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년 이후에도 고용을 연장할 수 있도록 사업주에게 고용 연장 노력 의무를 부과하는 '고령자고용법' 국회 논의와 조속한 통과를 추진하겠다. 또한 65세까지 고용을 지속할 수 있도록 사업주를 지원하는 '계속고용지원사업'도 운영하겠다.

―장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중장기적 계획을 듣고 싶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작년에 이미 고령사회(65세 이상 14%)에 진입했고, 8년 뒤인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가 될 것이다. 장년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장년층에 적합한 일자리를 창출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무엇보다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공급 중심의 임금·인사 관리체계를 직무 또는 능력 중심으로 개편하고, 연령이 증가하더라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생능력 개발체제를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얘기하면 해고 유연성을 많이 생각하지만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방안부터 봐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노동시간 유연화 측면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 임금체계를 직무나 직능이나 성과 단위로 개편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서는 직무급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노사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노동연구원의 임금직무혁신센터가 지원할 것이다. 센터에서는 임금직무 등 모델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는데, 고용부는 노동연구원과 이 부분을 더 강화하려고 한다.

―고용부가 올해 일자리 재정사업을 펼쳐나가는 데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해부터 모든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에 대해 성과를 평가해 효율성을 높이려고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성과 평가를 해서 그 다음해 예산에 반영하는 형식이다. 올해는 그 자료들을 모두 모아 체계화하려고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모든 일자리 재정사업에 대한 성과를 관리해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그다음에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겠다. 재정 지원 일자리사업이 효과를 제대로 내는지, 고용을 늘리기 위해 하는 사업이면 고용이 느는지 평가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전환(AI·IoT 등)으로 인해 새로운 사업모델이 증가하고, 노동시간과 장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등 일하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이 분화되며, 일자리 불확실성도 높아질 것이다. 고용부는 노동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노동 4.0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 방향을 논의해오고 있다. 신기술과 고숙련 훈련 과정을 확충할 것이다. 스마트 직업훈련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직업 훈련 시스템도 혁신하고자 한다.

■ 통상 등 국익 생각하면 ILO 핵심협약 비준 필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임금결정체계 개편과 함께 재계와 노동계의 대표적 관심사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화제가 바뀌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격'과 '국익'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지키자'는 게 핵심협약"이라며 "한국이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로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긴 국가를 지칭하는 '5030 클럽' 대열에 합류했고, 무역 순위 11위 국가인데 이런 나라 중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거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ILO 핵심협약은 ILO 189개 협약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협약으로, 대부분 선진국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라며 "어려운 과정이겠지만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국격이 높아진 만큼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기구인 ILO는 한국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같은 국제사회의 노사정 협의체 격이다. ILO 핵심협약은 ILO 189개 협약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협약으로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근절, 고용상 차별 금지 등 4개 분야 8개 협약으로 구성된다. 1991년 ILO에 가입한 한국은 이 중 2개 분야 4개 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강제노동 금지)을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강제노동 금지 협약은 현역 군인이 아닌 사람에게 일을 강제하면 안 된다는 취지인데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 같은 병역법상 특수 사례가 발목을 잡는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분야 협약은 해고자·실업자 등의 기업별노조 가입 허용 여부와 파업 방식, 대응 방안을 놓고 노사 이견이 첨예하다.

난제가 많지만 이 장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계속적·지속적 노력'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어 작년 말 EU 측은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가 미비준한 4개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요구하며 정부 간 협의(분쟁 해결 절차)를 요청한 상태"라며 "우리나라가 ILO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하게 되면 전반적인 (통상) 협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FTA 협정 체결 과정에서 핵심협약 비준을 의무화한 노동장(章)이 추가되는 추세다. 한국은 모두 16개 FTA를 체결·서명했고, 이 중 한·EU FTA를 포함한 9개에 노동장이 포함돼 있다. 이 장관은 "(통상 같은) 실질적 문제가 있고, 우리나라 경제 수준과 우리나라의 위치를 생각하면 사실은 (ILO 핵심협약을) 지킬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He is…

△1958년 서울 출생 △서울 인창고 △고려대 행정학과 △행시 26회 △서울대 행정학·미국 미시간주립대 노사관계학 석사 △고용부 고용정책관 △노사정책실장 △고용정책실장 △고용부 차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고용부 장관

[대담 = 정혁훈 경제부장 / 정리 = 윤진호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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