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빨갱이' 오명 벗은 제주4.3 수형인 국가 책임 묻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근 재심재판서 공소기각 판결 받은 18명 법원에 형사보상 청구

법무부 홈페이지에 판결문 게시 청구도…"역사적 기록으로서 의미"

4.3수형인들 "과거 가시밭길 지나 보상 받아서 여생 즐겁게 살길"

제주CBS 고상현 기자

노컷뉴스

제주 4.3수형인 18명이 형사보상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재심 재판에서 불법 군사재판이 인정돼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제주 4.3수형인 18명이 법원에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4.3 당시 빨갱이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한 수형인들이 70년 만에 국가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순간이다.

22일 오후 제주 4.3수형인 18명은 제주지방법원에 형사보상 청구서를 제출했다. 수형인 중 지난 7일 88세의 나이로 별세한 故 현창룡 할아버지의 경우 유족이 대리했다.

형사보상법상 재심재판에서 공소기각의 판결을 받아 확정된 사건의 피고인이 원판결에 의해 형 집행을 받았을 때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4.3수형인 18명은 1948년 가을부터 1949년 7월까지 군사재판에서 내란죄, 국방경비법 이적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최소 1년에서 최대 20년의 감옥생활을 했다.

이들 모두 지난달 17일 열린 재심 선고공판을 통해 4.3 당시 받았던 군사재판의 불법성을 인정받아 공소기각 판결을 받으면서 이번에 형사보상 청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보상 청구액은 재심 판결이 이뤄진 지난달 1월 기준 최저시급(8350원)을 일일급여(8시간)로 계산해 구금일수와 곱한 수준으로 정해진다. 최대 5배수까지 청구할 수 있다.

수형인 재심 재판을 진행한 변호인 측은 이번에 형사보상 청구를 하면서 5배수를 적용해 1일 33만4000원을 적용했다. 법원으로부터 감액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형인 18명중 최저 청구금액(1년형)은 8037만8000원이고, 최대 청구금액(20년형)은 14억7427만4000원이다. 18명의 총액은 53억5748만4000원이 된다.

4.3수형인들이 70년 만에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에 대해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지만, 향후 재판 과정이 만만치 않다.

청구보상소송에서 '구금일수'가 가장 중요하지만, 관련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재심 재판이 끝나며 어려운 고비를 넘겼지만 수형인들이 구금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구금 개시일은 수형인명부에 적힌 재판일을 적용했고, 출소일은 수형인들이 법원에서 증언한 날짜로 계산했다"며 "수형인들의 나이가 많고, 오랜 세월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법원이 원만히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노컷뉴스

4.3수형인들이 법원에 형사보상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수형인 측 변호인은 형사보상 청구와 함께 4.3수형인 공소기각 판결문을 법무부 홈페이지에 1년간 게시할 수 있도록 '무죄 등 재판서 게재 청구서'도 제주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임 변호사는 "이번 재심 재판 판결문이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현 사법부의 판단을 의미한다"며 "역사적 기록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무죄 재판서 게재도 청구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4.3수형인들은 70년 만에 사실상 무죄 선고를 받은 데 이어 국가에 정식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대해 기쁜 마음을 표했다.

70년 전 빨갱이로 몰려 징역 7년을 선고받았던 양근방(87) 할아버지는 형사보상 청구 전 기자들과 만나 "과거의 괴로웠던 가시밭길을 지나 보상을 받아서 여생을 즐겁게 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20년 동안 육지 형무소에서 감옥 생활한 정기성 할아버지의 아들 정경문(54)씨는 "보상으로 아버지의 청춘을 되돌릴 순 없을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다만 "이번 재심 재판을 계기로 다시는 아버지가 당했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4.3수형인 재심 재판을 추진한 4.3도민연대는 형사보상소송이 끝나는 대로 오는 4월 국가를 상대로 배보상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올해 안에 나머지 생존 수형인 13명 중 치매환자 등을 제외한 7명에 대해서도 2차 재심재판을 추진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