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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태극기부대' 끌어안은 황교안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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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퇴행적 전당대회와 5·18 망언

'5·18 망언'은 2월 8일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사과했다.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등 '망언 3인방'의 시대와 역사를 거스르는 망발이 있은 지 무려 닷새만이다.

그러나 그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당 안에 여러 스펙트럼과 견해차가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며 '당 내에 있는 소수 의견, 또 다양성의 일환으로 소화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역사적 사실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당 지도부의 태도와 일부 의원들의 정치적 패륜에 가까운 발언은, 군사독재 시절의 망령인 반공주의 및 색깔론과 단절하지 못하는 당 저변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당권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황교안 후보의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자기모순적 발언과 다른 후보들의 상식이하의 퇴행적 발언들도 '망언'과 같은 뿌리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황교안 후보가 당선된다면 한국당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아가 대권에서 진보세력을 위협하는 대선주자로 발돋움 할 수 있을까. 정치란 가능의 예술이고, 생물이라는 비유가 맞는다면 그 이상의 상상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 나타난 인식으로 볼 때 이는 역사의 시계를 냉전 반공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황교안 후보가 갖는 박근혜 정권의 전직 총리라는 타이틀은 박정희·박근혜 부녀를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기고 냉전사고에 젖어있는 세력의 지지를 결집시키는 알파요, 오메가다. 황 후보는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들이 당당하게 광화문 광장을 점령"하고 있으며, "80년대 주체사상에 빠졌던 사람들이 청와대와 정부,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확하게 당 지도부와 당 전반에 흐르는 기류를 대변하는 언술들이다.

정치가 현실과 이상의 조화이고,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나가는 작업이라 할지라도 정치의 본령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갈등의 조정과 민주주의의 제도화다. 한국정치는 이 기능을 상실했다. 정치부재와 실종이란 단어가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꿰뚫는 말이다.

보수로 위장하고 있는 수구반공 세력의 존재는 정치가 혐오적 대립과 증오의 대결구도에 사로잡히는 이유 중 결정적인 이유이다. 극단적 이념의 포로가 되어 있는 편향된 세력을 동원하여 갈등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반지성적이며 몰역사적 집단의 지지를 이끌어내려 하는 정치는 최악의 정치다.

한국당 전당대회 주자들이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기 위하여 벌이고 있는 역사를 부정하는 행태들은 군사독재 시절의 망령이 배회하지 않고서는 민주정당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권위주의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력이 국회에 포진하고 있는 한 한국정치는 정상적으로 복원될 수 없다.

역사를 왜곡·날조함으로써 정치적 이익과 수구기득권을 충족시키려는 세력의 퇴출만이 한국정치의 본령을 찾아갈 수 있는 단초다. 국가안보와 산업화를 빙자하여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정치적 배제를 일삼던 냉전세력의 존재가 민주화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게 한국 정치사회의 현실이다. 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망언과 이에 대처하는 지도부의 인식은 이의 반영에 불과할 뿐이다. 아직 우리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냉전과 색깔론이 관통하고 있는 한국당의 전당대회 분위기는 강성 친박을 등에 업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는 당의 기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또한 탄핵을 부정하거나 애매한 태도로 역사를 호도하고 세계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반공 이데올로기를 동원하여 혐오의 대상을 설정함으로써 표를 얻으려는 전당대회 후보들의 선거 전략은 5·18 망언의 연장에 있다.

친박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여야의 정치적 대립의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정치는 또 다시 적대적 공존의 구도와 양비론의 무력감에 빠져들 것이다. 반공주의의 망령이 한국정치를 더욱 나락과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

기자 :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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