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 공식 확인… 17세 고등학교 재학 중, 외교부 차관 "고문받을 우려"
작년 11월 잠적해 서방국가로의 망명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사진〉 전 주(駐)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이탈리아 정부가 20일(현지 시각) 공식 확인했다. 이탈리아 정·관계 인사들은 "강제 북송(北送)이라면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이 작년 12월 5일 보낸 통지문에서 조성길 부부가 11월 10일 대사관을 떠났고, 그의 딸은 11월 14일 북한으로 되돌아갔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성길의 딸이 북한 대사관의 여직원들과 함께 북한으로 갔다"고 했다. 조성길의 딸은 17세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만리오 디 스테파노 이탈리아 외교부 차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성길 딸의 북송이 강제로 이뤄진 것이라면 전례 없는 엄중한 일이 될 것이며, 책임 있는 사람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조성길의 딸을 보호했어야 했다"며 "그의 딸이 세계 최악의 정권 가운데 하나로부터 고문을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성길 딸 북송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입을 닫고 있다. 정부는 조성길 망명 소식이 언론 보도로 처음 알려진 뒤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정원은 당시 "조성길과 (우리 정부 당국이) 연락한 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때문에 '조성길에게 한국으로 오지 말라고 우회적 사인을 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조성길 딸 북송 소식도 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먼저 파악해 공개했다. 정부 소식통은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는 현재로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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