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서공회의 개역개정판은 2차 저작물"
"바른성경, 개역개정판과 실질적으로 유사"
法 "청구금액 1억원 중 1000만원 지급해야"
판결 확정시 바른성경 복제·제작·판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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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대한성서공회가 출판한 개역개정판은 문장과 문체를 변경하는 등 번역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저작권법 보호를 받아야 한다."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판은 개역한글판에서 맞춤법이나 어휘 등 사소한 부분을 수정·변경해 작성된 것으로 창작성을 결여해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니다." (한국성경공회)
성경 번역본을 창작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5년간 이어진 저작권 분쟁에서 법원이 대한성서공회 손을 들어줬다.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성경공회가 발행하는 '하나님의 말씀 바른성경'은 더 이상 예배용 성경으로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박상구)는 대한성서공회가 한국성경공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한성서공회가 지난 2014년 7월 저작권이 침해됐다고 1억원대 소송을 낸 지 5년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성경공회 측은 대한성서공회에 1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아울러 개역개정판을 모방한 것으로 판단된 출애굽기, 레위기 등 구약성경 13책과 마가복음, 누가복음 등 신약성격 9책이 포함된 바른성경을 복제, 제작, 판매, 소지하면 안 되고 사무실, 공장, 창고, 판매점포에 보관하고 있는 성경도 폐기해야 한다.
대한성서공회의 '표준새번역'에 대한 반발 등으로 설립된 한국성경공회는 지난 2008년 9월 바른성경 초판을 출판했다. 이후 6년여간 4만8200부가 발행됐고, 개신교 교단 중에는 예장개혁총회가 예배용 성경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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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개역개정판은 개역한글판을 기초로 새로운 저작물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해 새로운 창작성을 부여한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경 원문의 단어 하나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를 두고도 논문이 출간되는 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며 "성경 번역에는 특정 단어, 표현, 구문에 대한 번역자의 특수한 판단이 가미되기 때문에 기존 번역의 제한적 개정이 아닌 새로운 번역을 목표로 할 경우 같은 본문이라도 문장 구조, 어순, 어휘 선택 등에서 다양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감정을 거친 끝에 "개역개정판은 개정 대상인 개역한글판 중 내용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약 7만2712곳(구약 5만9889곳, 신약 1만2823곳)에 대해 번역이 명확하지 않은 곳을 명확하게 번역하고 오역은 바로잡으며, 고어·한자어를 현대어로 개정하는 등의 수정·추가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역개정판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현저한 유사성이 바른성경에 나타나고 우연히 존재하기 어려운 공통의 오류도 나타나는 점 등에 비춰보면 바른성경은 개역개정판에 의거해 작성됐음을 넉넉히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성경이 개역개정판과 실질적으로 유사하고 일부만 수정·변경해 대한성서공회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에스라 8장 29절의 '우두머리' 표현 등 개역개정판 오역까지 답습한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대한성서공회는 개역한글판의 문체나 어휘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목표와 범위 내에서 새로 번역을 했음에도 15년이 소요됐고 여기에 참여한 교단이 14개 교단, 자문위원이 892명에 이르는 데 반해 한국성경공회는 온전한 새 번역을 시도했음에도 25명의 번역위원을 위촉해 9년만에 바른성경을 출간했다"며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단기간에 번역을 실시할 수 있었다는 것은 동일한 원문의 번역본인 개역개정판에 의거했다는 반증"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대한성서공회 스스로도 수익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고 무상배포 및 선교사업도 겸하고 있는데, 한국성경공회의 성격도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며 "바른성경이 발행, 배포로 한국성경공회가 판매가격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상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배상액수를 제한했다.
silverl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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