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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버닝썬 사태

버닝썬, 경찰도 출입 제지하는 무법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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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폭행, 마약 투약 및 유통 문제로 논란을 빚은 클럽 '버닝썬'이 영업을 중단한 17일 영업장의 모습. 이한호 기자/2019-02-17(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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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복 말고 가드 외투를 입고 들어가주세요.”

최근 서울 강남 유명 클럽으로 출동했던 한 경찰관은 황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클럽 내 분실신고가 들어와서 확인 차 갔더니 클럽이 자체적으로 고용한 보안요원, 가드들이 막아 섰다. 그러더니 경찰복이 보이지 않도록 그 위에다 가드 옷을 입고 들어가달라 했다. 경찰 복장이면 손님들이 놀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간단한 신고였고, 평소 큰 문제가 없었던 클럽이라 괜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그 말에 따랐지만, 클럽은 공권력도 안 통하는 무법지대인가 싶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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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클럽, 나이트 등 유흥접객업소 내 범죄-박구원 기자/2019-02-20(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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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성폭력, 마약 등 온갖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클럽 버닝썬 사태는 클럽의 폐쇄적 운영으로 충분히 예견 가능한 사태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클럽이 자체적으로 고용한 가드들이 입구를 지키고 서서 클럽 출입을 통제하다 보니 오히려 클럽 안은 철저히 폐쇄적 공간이 되어버렸고, 이 때문에 마약, 성폭력 등 온갖 범죄 의혹이 판치게 된 게 아니냐는 얘기다. 평소 클럽을 자주 찾는다는 A씨는 “입구에서 가드를 통과해 클럽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별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어서 클럽 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고 말했다.

클럽 가드들이 손님의 외모나 옷차림 등을 보고 입장을 불허하는 행위는 흔히 ‘입뻰(입장뻰찌ㆍ입장거부)’이라 불린다. 이 입뻰의 대상은 손님만이 아니다. 구청 위생과 직원들이 신고를 받고 찾아가도 가드들이 막무가내로 막아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건이 발생해도 그렇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클럽 출동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보면 이미 가드들이 당사자들을 문 밖으로 끌고 나와 상황을 종료시켜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 때문에 클럽 안은 들어가선 안 되는, 출입금지 구역인 것처럼 굳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클럽ㆍ나이트 등 유흥접객업소에서 발생한 범죄는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강력범죄 건수는 2012년 1,471건에서 2017년 2,585건으로, 폭행 및 상해는 같은 기간 1만5,009건에서 1만6,683건으로 늘었다. 마약 범죄 역시 같은 기간 167건에서 198건으로 증가했다.

사설 경비업체에 대해서는 경비업법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국가 기관, 단체, 개인시설 등이 도급계약에 따라 시설 경비 업체를 고용할 경우 경찰에 의뢰해 경비원에 대한 신원 조회를 하고 경비원들을 주기적으로 관리 감독,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강제사항이 아니다. 이번에 의혹의 진앙지로 떠오른 버닝썬을 비롯, 강남권의 유명 클럽으로 꼽히는 옥타곤, 매스, 메이드, 에디트 등에서 정식으로 경비업체와 계약을 맺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이들 클럽 모두 10여명 남짓 되는 자체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특별한 자격없이 이런저런 인연 등으로 채용되다 보니 가드들이 분쟁을 해결하긴커녕 오히려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다 입건되는 경우도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클럽은 술도 파는 곳이라 사고 발생 우려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클럽들 입장에선 가드들이 필요하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클럽에 고용된 가드 입장에선 문제가 생기면 되도록 내부적으로 조용히 해결하려 들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물론, 손님들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인원이 이용하는 시설일 경우 자격자가 가드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클럽 가드의 문제는 한마디로 자격 없는 경비원들이 고용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매 주말 200여명 이상씩 모여서 이용하는 다중 시설의 경우 검증된 자격자들만 채용하도록 특별조항을 넣는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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