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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Consumer Journal] 남다른 스마트웨딩…찬란히 빛나는 오월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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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WE호텔제주(왼쪽)와 파크하얏트 부산호텔의 야간웨딩. [사진 제공 = 파크하얏트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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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결혼을 계획한 김가영 씨(36)는 최근 예비신랑과 구매할 품목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그런데 리스트에 TV는 없다. 김씨는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해 TV는 굳이 필요 없다고 본다"며 "그 대신 그 예산을 보태서 건조기와 무선청소기 등을 내가 원하는 브랜드로 구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와 예비신랑은 100명 정도만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예식장에서 줄인 돈을 신혼여행에 더 쓸 생각이다. 김씨는 "예물·예단 등은 줄이고 추억을 만드는 데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웨딩 트렌드는 '마이웨이' '가심비'로 크게 요약된다. 지난해부터 유통가를 관통한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 트렌드가 올해 웨딩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결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필수 혼수품도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추세다.

가전 분야에서는 건조기·무선청소기·공기청정기·의류관리기 등 '신(新)혼수가전' 성장세가 눈에 띈다. 기성시대의 혼수 가전이 백색가전 3종(냉장고·세탁기·에어컨)에 그쳤다면 최근 예비부부들 취향은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해주는 가전으로까지 세분화됐다.

결혼을 앞둔 고객이 주로 가입하는 현대백화점 '클럽 웨딩' 멤버십 회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구매 건수를 기준으로 건조기(2위), 공기청정기(4위), 무선청소기(5위)가 5위권에 들었다. 전년 순위가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건조기'였음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홍진미 롯데백화점 본점 웨딩컨시어지는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예산을 쏟아붓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는 '스마트 웨딩'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혼 가전의 종류가 늘면서 다양한 기능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해외 브랜드도 상승세다. 일본 가전 브랜드 '발뮤다' 토스터와 공기청정기, 간결한 디자인의 '플러스마이너스제로' 무선청소기 제품도 매년 매출이 늘고 있다. 가격대가 높은 가전이 여럿 필수품에 포함되면서 웨딩 예산은 다소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이 웨딩 멤버십 '클럽 웨딩' 회원들의 소비 금액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회원 1인당 연간 소비금액은 930만원으로, 3년 전인 2016년(800만원)에 비해 16.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연간 2000만원 이상 고액을 구매한 고객이 전년 대비 23.1%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경제력을 갖춘 뒤 늦게 결혼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혼수를 준비하는 객단가는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며 "특히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프리미엄 가전·가구·화장품·주얼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남에게 주는 '예단' 대신 내가 쓰는 '예물'에 지갑이 열린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을 앞둔 '나에게 선물한다'는 의미다. 롯데백화점에서 지난해 1~6월 파텍필립·롤렉스·바쉐론콘스탄틴 등 고가 시계와 주얼리 상품은 전년 대비 100% 이상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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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하이주얼리·워치 담당 바이어는 "시계에 대한 안목이나 지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예물 시장에서도 점점 더 고가의 상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며 "예물시계는 주로 남성 아이템으로 간주됐지만 최근에는 여성도 중시하는 예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결혼식 예산은 줄어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혼식 준비 과정의 핵심 3요소로 꼽히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도 '결국 하루면 끝나는 일'이란 인식이 강해졌다"며 "이 비용을 아껴 집을 사거나 신혼여행을 더 먼 곳으로 떠나려 하는 예비부부가 많다"고 말했다. 웨딩플래너가 해당 업체를 소개해주면, 웨딩플래너가 일일이 따라다니지 않고 부부가 결정하는 '비동행 서비스'를 선호하는 예비부부도 많다.

결혼식 꽃 재활용도 기존에는 없었던 트렌드다. 쉐라톤 서울 팰리스 강남 호텔은 2017년부터 꽃장식을 셰어링해 플라워에 들어가는 예산을 50%가량 줄였다. 이 호텔 관계자는 "셰어링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 만족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꽃에서 아낀 예산을 하객에게 제공하는 고급 음식 등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식은 무조건 주말 낮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점차 희미해진다. 파크하얏트 부산 호텔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이트웨딩'을 시행해 인기를 끌었다. 광안대교 야경이 보이는 작은 연회장에서 적게는 20명, 많게는 100명의 지인과 스몰 웨딩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글래드 여의도 호텔의 '스몰 웨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리마인드 웨딩, 스몰 웨딩을 원하는 고객에게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신혼여행에 큰돈을 쓰는 트렌드도 현재진행형이다. 홍 컨시어지는 "최근 예비부부들은 이미 대학생 때 가까운 나라를 여행한 경험이 많은 세대"라며 "신혼여행인 만큼 멀리, 오래 가자는 인식이 더 강해져 멕시코 칸쿤이 인기 신혼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스토리를 더해 결혼식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패키지도 인기다. 호텔 '더 플라자'는 풍수지리를 콘셉트 웨딩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서울 중심에 위치한 완벽한 명당에서 진행되는 특별한 웨딩'이라는 콘셉트로 음양오행을 뜻하는 다섯 가지 색상의 식재료를 활용한 케이터링 서비스가 제공된다.

▶▶ 롯데·현대百 '웨딩페어'

백화점에서 봄 웨딩 성수기를 앞두고 웨딩페어를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은 3월 3일까지 17일간 '올 마이 웨딩'이라는 테마로 웨딩 페어를 진행한다. 인기 해외명품, 가전·가구 브랜드 15개가 참여할 예정이며 더블 마일리지 적립 행사 등이 예정돼 있다. 현대백화점은 3개 점포에서 '웨딩 페어'를 진행한다. 목동점은 20~24일, 무역센터점은 22~24일, 판교점은 22~26일 혼수품 위주 제품 판촉에 나선다. 신세계백화점은 웨딩페어를 열지 않고 개별 브랜드마다 혼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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