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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글로벌 트렌드] 사랑은 가격이 아니다…1파운드짜리 약혼반지 `밸런타인데이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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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영국의 천원숍이라고 할 수 있는 파운드랜드가 내놓은 1파운드(약 1450원)짜리 약혼반지가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무려 2만개 이상 팔렸다. [사진 제공 = 파운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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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나를 위하는지를 약혼반지에 박힌 다이아몬드 크기와 화려함으로 알 수 있을까? 여전히 비싸고 아름다운 반지는 선망의 대상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와 배우 올랜도 블룸은 약혼을 암시하며 각자 인스타그램에 나란히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페리의 손가락에 활짝 펴 있는 꽃 모양 반지 가격은 500만달러(약 56억원)로 알려져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같은 날 영국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겨우 1파운드(약 1450원)짜리 약혼반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에서 화제가 되며 돌풍을 일으켜 일주일 만에 무려 2만개 이상 팔린 것이다. 우리나라 천원숍과 비슷한 영국 할인점 '파운드랜드'가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내놓은 1파운드짜리 반지 '블링 링(Bling Ring)'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다이아몬드와 루비 등 총 4가지 모형 보석으로 장식됐다. 블링 링 덕분에 파운드랜드는 영국 최대 약혼반지 매장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올해 영국에서 연인에게 건네지는 약혼반지 중 17%는 블링 링이 될 전망이다.

약혼반지가 꼭 비싸야 한다는 선입견은 미국에서 점차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모닝 컨설트사가 성인 16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인들이 약혼반지에 세전소득 중 한 달 월급의 절반 정도만 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에 시장에서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유명 광고 문구와 더불어 세전소득의 3개월치 월급을 약혼반지에 써야 한다는 인식에 비하면 급감한 수치다. 반지 소비에는 세전소득의 3.7~5% 정도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만다 기치 미국보석상협회 대변인은 "(3개월) 가이드라인은 벌써 창밖으로 버려졌다. 요즘에는 커플들이 같이 약혼반지를 보러 다니며 부담 가능한 가격대 제품을 사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팍팍해진 호주머니 사정이 약혼반지에 쓰는 돈을 점점 더 줄어들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요즘 결혼 적령기에 있는 젊은 사람들은 결혼 준비로 빚을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약혼반지에 쓸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7년 보석판매점 비버브룩스가 성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10%는 약혼반지를 구입할 형편이 못되고, 25%는 약혼반지 없이 청혼하는 것을 조심스레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1파운드 반지도 당장 비싼 반지를 살 여력이 없는 젊은이들이 미래에 진짜 반지를 사기 전까지 손가락을 찜하는 '플레이스 홀더(placeholder)' 역할로 사용되고 있다.

안토니오 마칠레 맥킨지 럭셔리컨설팅팀 팀장은 "요즘처럼 결혼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저가 약혼반지 판매는 보석상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저렴한 약혼반지를 처음 팔면 고객은 나중에 더 여유로워질 때 첫 반지를 산 곳에서 더 비싼 제품을 살 것"이라고 밝혔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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